타워팰리스 거주 50대 여성 술취해 잠자던 남편 살해

입력 2014-10-10 03:08
부유층 거주지인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잠든 남편을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남편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 베개로 얼굴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부인 이모(50)씨를 조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이씨는 9일 오전 7시50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택에서 베란다 바닥에 누워 잠든 남편 변모(56)씨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범행 뒤 약 2시간 만인 오전 9시40분쯤 경찰에 전화해 “내가 남편을 죽였다”고 신고했다. 평소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변씨는 당시 술을 마신 뒤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씨는 강남 일대에서 모텔 사업을 해왔다.

경찰은 이씨의 살해 동기를 오랫동안 지속된 가정폭력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평소 술을 마신 뒤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많았다”며 “잠든 남편의 머리에 베개를 받쳐주려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이씨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전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만 이혼했을 뿐 타워팰리스에서 함께 살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이씨 진술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와 가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한 뒤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