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회사에 다니는 7년차 직장인 김석희(가명·33)씨는 지난달 월급으로 407만3000원을 받았다. 이 중 소득세로 36만7000원,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험으로 40만3700원이 빠져나갔다. 다른 공제액까지 제외하면 통장에 찍힌 돈은 320만원이 조금 넘는다. 결혼을 앞두고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원천 징수되는 세금이 야속하기만 하다. 김씨는 “또래에 비해 연봉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매년 세금도 늘고 있어 대출이자 등을 갚고 나면 남는 생활비가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외벌이 가구의 세 부담이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싱글족의 경우 벌어들인 돈에서 세금과 공적연금 등으로 빠져나가는 비중(조세격차)이 2000년 이후 30% 이상 늘었다. 세계적으로 조세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주요국 조세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외벌이 가구의 조세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0위로 아직은 세 부담이 크지 않다. 그러나 조세격차 증가 속도는 예사롭지 않다. 2000년 16.4%에서 지난해 21.4%로 13년간 30.5%(5% 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멕시코(54.8%)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르다. 4대 보험 부담 비중은 16.8%로 소득세(4.6%)보다 컸다.
이에 반해 다른 OECD 회원국들의 싱글족 조세격차는 대체로 줄어드는 추세다. 2000∼2013년 OECD 국가 중 24개국에서 싱글족 조세격차가 감소했고, 전체 평균도 36.7%에서 35.9%로 0.8% 포인트 낮아졌다. 이스라엘은 8.9% 포인트, 스웨덴은 7.2% 포인트나 줄었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중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리면서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일부 세제 혜택을 줬는데 이에 대한 대가로 미혼 가정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싱글족 규모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추세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전체 가구의 9.0%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중은 지난해 25.9%로 급증했다. 2025년엔 31.3%로 늘어 세 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비자발적 요인에 의한 1인 가구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에게까지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은 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이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세제 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싱글족 ‘세금·공적연금 부담’ 큰 폭 증가
입력 2014-10-10 0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