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늘린 대기업 비중 지난 5년간 20.5% 줄었다

입력 2014-10-10 03:57

대기업이 국내 고용의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고용을 늘리는 데는 중소기업보다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파견근로 등을 담당하는 사업지원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가 두드러졌다.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 중 청년(15∼29세) 고용을 늘린 기업 수가 최근 5년 사이 오히려 20% 이상 줄어드는 등 청년 일자리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9일 한국고용정보원이 6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 수 100인 이상 기업 8017곳을 대상으로 고용성장지수를 산출·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성장지수는 2013년 기준으로 최근 1년(2012∼2013년), 3년(2010∼2013년), 5년(2008∼2013년)간 개별 기업의 고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분석한 지수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산출됐다.

노동부는 모든 기간에서 고용 증가 기업 비중이 60% 이상이었으며 전체적으로는 제조업 분야 대기업이 국내 일자리 창출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1000인 이상 기업 중 최근 1년간 고용을 늘린 기업의 비중은 72.0%로 100∼299인 규모 기업(63.6%)에 비해 많았다.

그러나 분석기간이 3년, 5년으로 길어질수록 상황은 역전돼 2008년 대비 2013년 고용 증가 기업 비중은 100∼299인 규모 중소업체(63.8%)가 1000인 이상 기업(59.5%)보다 높아졌다.

청년층 상황은 특히 어두웠다. 기업들의 고용 증가가 30∼54세 중장년층(65.7%)에 쏠린 가운데 청년층 고용 증가는 대부분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이뤄졌다.

게다가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청년층 고용을 늘린 곳이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최근 3년 사이 청년 고용 증가 기업 비중은 10.7% 줄었고, 최근 5년간으로 분석 구간을 확대하면 20.5% 감소하는 등 감소폭이 더 커졌다.

고용 증가 기업의 산업별 분포에서도 국내 고용 시장의 질이 암울해지고 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업종 내 고용 증가 기업 비중은 제조업(37.0%)에 이어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13.5%)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성장지수 상위 100대 기업으로 국한하면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비중은 22%로 제조업(25.0%)과 격차가 더 좁혀진다. 인력공급, 고용 알선업 등이 해당하는 사업지원 서비스업체의 고용이 증가했다는 것은 간접고용 증가가 심화됐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정형우 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도 “인력공급업 등 사업지원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증가하는 것은 간접고용 증가 경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별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012년 대비 2013년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농협은행, 이마트 순이었다. 주요 대기업 중에는 현대자동차와 LG전자가 각각 6, 9위를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98위에 그쳤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