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호, 汎친노 지원 속 출범… “품위있는 야당으로”

입력 2014-10-10 03:52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된 우윤근 의원(세 번째)의 손을 들어 축하해주고 있다. 왼쪽은 결선투표까지 갔다가 석패한 이종걸 의원, 오른쪽은 경선관리위원장을 맡은 신기남 의원.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새 원내대표에 3선의 우윤근 의원이 9일 선출됐다. 우 신임 원내대표가 범친노무현계의 지원을 받아 당선됨에 따라 당 지도부에서 배제된 비노무현계 중도파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먼저 당 화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차질 없이 완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헌과 관련해서는 “정기국회 중에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특위를 구성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권력의 균형을 강조했던 만큼 ‘친노 장악론’이 제기되는 당 지도부에서 균형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범친노·구주류 > 비노·중도파=우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118명(무효 1표)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결선 투표에서 64표를 획득해 53표에 그친 이종걸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5월 초까지다.

우 원내대표는 3자 구도로 치러진 1차 투표(119명 참석, 무효 1표)에서는 42표에 그쳤다. 비노·중도파가 집결한 이종걸 의원(43표)에게 오히려 한 표를 뒤져 이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초·재선 강경파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지지를 받은 이목희 의원은 33표를 얻어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5월에 원내대표 선거에서 21표에 그쳤던 이종걸 의원이 선전한 배경에는 친노계 견제론과 우 원내대표가 관여한 세월호 특별법 협상 책임론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김한길계가 포진한 중도파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콩나물 모임 등이 표를 몰아줬다. 결선투표에서는 이목희 의원을 찍은 33표 가운데 22표는 우 원내대표에게, 10표는 이종걸 의원에게 분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범친노계 및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구주류 표가 막판 결집해 비노계·중도파를 눌렀다는 분석이다. 호남표는 양쪽으로 갈렸다.

그러나 1차 및 결선투표를 통해 드러난 비노·중도파의 반격은 거셌다. 비노·중도파는 ‘중도후보 합의 추대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등 친노계 쏠림 현상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윤근호, 첩첩산중=우 원내대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대표적인 중도·합리적 정치인이다. 그러나 정기국회 중에 긴급 투입된 만큼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대여 투쟁 수위를 조절하며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이달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방지법)을 ‘패키지 처리’하는 게 급선무다. 그는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공동회장을 맡고 있어 개헌 드라이브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문희상 비대위’는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인재근 비대위원, 우 원내대표 등 6인 체제가 됐다. 친노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다. 때문에 조직강화특위를 통한 지역위원장 선출,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룰 세팅 과정에서 당내 세력 간에 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우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특정 계파에) 일방적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감을 갖겠다”며 “국민과 통하는 품위 있는 야당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상대인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는 ‘상생의 조합’이 기대된다. 이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를) 존중하면서 잘 모시겠다”고 말했고, 우 원내대표는 “충분히 이야기가 통할 수 있는 상대”라고 호감을 표시했다.

엄기영 임지훈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