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정부, 삐라 묵인하면 파국”

입력 2014-10-10 03:07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로 예정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사를 남한 정부가 묵인하면 남북관계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4일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訪南)이 이뤄진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남북 간 유화 국면을 흔들 수 있는 대남 압박용 위협 언사를 또다시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9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10일로 예정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를 언급하며 “최근 모처럼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 흐름을 가로막으려는 단말마적 발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남측이 삐라 살포 난동을 묵인한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가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국방위원회는 자신들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빚어진 지난 7일 남북 함정 간 사격전에 항의하는 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바 있다. 이 전통문에도 조평통 보도와 비슷한 위협성 언사가 담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처럼 유화 국면을 흔드는 위협 언사를 연거푸 내놓는 것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NLL이나 삐라 살포 문제 등의 의제를 부각시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위협적 언사는 이들 문제에 대한 협상의 지렛대를 높이려는 것”이라며 “현 남북관계 국면을 고려해 탈북 단체들도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이날 오후 늦게 “탈북 단체가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삐라 살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자유북한연합의 박상학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입장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모처럼 재개될 남북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전단 살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갈지(之)자 행보를 보여 온 북한이 앞으로 판을 또다시 흔들면서 2차 고위급 접촉 일정이 늦춰지거나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