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27) 상황을 뛰어넘는 찬양 -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입력 2014-10-11 02:26
몸이 아프고, 부모가 없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남아공의 아이들. 그러나 주님을 만나고 아이들은 행복해했다.

2010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북쪽으로 80㎞ 지점. 비포장 길을 따라 마을 안쪽 깊숙이 위치한 초등학교(Ikhwezilethemba Primary school)를 방문했다. 현지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다.

주일학교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는 정말 신났다. 차라리 축제였다. 회중은 노래를 부를 때면 잠시라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노래가 되고, 또 춤이 되었다. 스와힐리어 노래는 귀에서 머리로 들어오기 벅찼지만 완벽하게 나의 심장까지 전해졌다. 은혜로 다가왔다.

감동적인 하모니다. 깊은 여운이 남는다. 동정심에 춤을 추는 게 결코 아니다. 진정 영혼의 울림이 전해졌다. 어떻게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이 저토록 곱고 화려한 음색을 낼 수 있을까. 아프리카에 내려진 주님의 은총이라고 여길 수밖에.

“저기에서 노래 부르는 아이들 중 몇몇은 HIV 바이러스 보균자이고, 또 몇몇은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지낸답니다.”

성가대에는 아이를 업은 아이가 있고, 가정이 깨지고,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도 있다. 자신이 겪어야 할 고단한 세상사를 아직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래서 환한 미소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예배가 끝나자 아이들이 금방 주위로 몰려들었다. 녀석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낯선 이방인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특히 한 녀석이 유독 내 관심을 끌었다.

“마이클 잭슨이 죽은 건 나에게도 엄청나게 슬픈 일이었어요. 내 꿈이 미국으로 가서 제 2의 마이클 잭슨이 되는 거예요. 어때요, 제 춤 한 번 보실래요?”

열 살의 제이콥은 친구들 무리를 헤집고 보무도 당당하게 내게 다가와 자신의 춤을 보여 주겠다 한다. 나는 응한다는 제스처로 비디오카메라를 꺼냈고 녀석은 갈고 닦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열정을 다한 제이콥의 무대는 훌륭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며 절도 있는 댄스가 팝의 황제를 꼭 빼닮았다. 생김새까지 말이다. 교실 물론 창 밖에는 제이콥의 춤을 보려고 흰 이를 시원하게 드러내며 깔깔거리는 학생들이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고 있었다.

“우리는 제이콥을 좋아해요!”

“왜?”

“제이콥이 우리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예배가 끝나자 서로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려 했다. 녀석들의 아주 사소한 재주는 주변 모두를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상처받은 세상에서 관심이 필요한 친구들이다.

가난한 마을에도 아이들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이루는 데 본인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반 시스템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계실까? 그 어떤 사명자의 심장을 울려 진리와 사랑을 들고 이 땅에서 땀과 눈물을 쏟게 할까? 모든 상황 속에서 주를 찬양한다고 일주일에 단 한 번, 교회라는 건물 안에서만 울려 퍼지는 공허한 외침이 부끄럽다. 나는 만사에 진실로 하나님을 기뻐하는 이 아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깊은 위로와 만지심이 있기를 기도했다. 하나님을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적인 짐을 같이 질 수 있는 의미 있는 고민에 빠진 채.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