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망명’ 러시] ‘카톡’ 2010년 서비스 시작 이후 최대 위기

입력 2014-10-11 02:44
“(카카오톡은) 최고의 보안기술을 갖추고 있고, 원치 않는 경우 대화 내용이 유출되는 일은 없다. 큰 파장이 없길 바란다.”(1일 이석우 공동대표)

“법만 잘 지키면 된다고 안주했었다. 깊은 사과의 말씀드린다.”(8일 공식 블로그 입장)

검열 논란과 관련해 다음카카오의 초기 입장은 ‘억울하다’였다.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이다. 카카오톡이 해킹 등의 공격으로 메시지나 사진 등이 유출된 경우는 없다. 텔레그램처럼 메시지를 암호화하진 않았지만 보안 자체는 허술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다음카카오로선 성실히 법을 지키는데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자기변명을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마음은 불편했다. 합법적이라 해도 자신의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인데 “합법적이니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가장 중요한 사용자의 신뢰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어설픈 대응으로 화를 부른 셈이다.

여론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자 다음카카오는 ‘외양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고, 수신된 메시지는 삭제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얼마나 정보 요청을 해왔는지도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늦게나마 내놓은 대책이 사용자들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 지속적인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지는 한동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은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합병과 함께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신규 사업은 카카오톡이라는 기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다음카카오는 해외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도 없기 때문에 국내 가입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이 사용자의 신뢰를 잃는다는 건 다음카카오에는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