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글로 아름다운 작품 탄생” 한글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 금보성씨

입력 2014-10-11 02:37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금보성 작가는 “교회가 해외 선교 하듯이 문화선교 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란 인턴기자
금 작가가 작업한 명화 시리즈 ‘이재훈’(위) ‘사랑’. 허란 인턴기자
한글이 수난을 겪고 있다. 언어의 과학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한글은 영어에 밀리고, 알 수 없는 인터넷 언어들로 순수성이 파괴되고 있다. 9일 568돌 한글날을 맞은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한글을 예술로 표현하며 한글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화가가 있다. 금보성(49·성도교회) 작가는 우리나라 한글 회화의 원조다. 작품 활동을 해온 30여년 동안 개인전만 44번 가졌다. 2008년 올해의 작가상, 2013년 대한민국현대문화예술인 대상,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장관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했다. 그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삶 전체를 쏟아왔다. 지난 6일 서울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금 작가를 만났다. 그는 송정미 카네기홀 콘서트 후원을 위한 ‘한글로 카네기까지’ 전시 중이었다.

그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예상 밖으로 그의 전공은 신학. 3대째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전형적인 모태 신앙인이다. 그렇다보니 그에게 신앙생활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시골에 교회를 개척하셨는데, 그분을 보면서 목회자가 되는 것이 나의 길이지 않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신학을 공부했지요.”

그는 15년 동안 선교사 신분으로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미국 중국 등에서 청년 사역을 감당했다. 주로 한인교회에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쳤다. 타지에서 방황할 수 있는 유학생들을 심방하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심어줬다.

예술의 길은 뜻하지 않던 곳에서 열렸다. “시를 좋아해서 평소 시를 쓰는 게 취미였습니다. 하나님이 글 쓰는 재능을 주셨지요. 시집을 내기 위해 시를 쓰던 어느 날, 시에 색깔을 입히니 색다르게 보였어요. 기역에 파랑색, 니은에 검정색, 디귿에 빨강색…. 문득 ‘한글에 색깔을 입히면 이것이 그림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지요. 그때부터 한글을 눈에 보이는 것들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역하는 중간중간 귀국해 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의 작업은 회화를 넘어 조형 등 다양한 장르로까지 확장됐다. ‘한글 회화의 원조’란 별칭도 얻었다. 재미로 시작한 한글 작업이 지금은 한글을 지키고 사랑하는 작가로서의 소명으로 굳어졌다.

“한글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수 언어지만 소수민족의 언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세대에서 한글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언어를 잃어버리면 문화를 잃어버리고, 역사를 잃어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글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정신, 우리 전체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언어를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다음 세대와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글 보호에 앞장서야 합니다.”

금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방식이 다소 파격적이다.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비용 때문에 쉽게 전시를 열지 못하는 작가들에게 그는 통 크게 지원한다. 지금까지 500여명의 작가들이 혜택을 받았다.

“전도유망한 미술인들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갤러리 운영이요? 제 그림을 팔잖아요. 그림을 파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은혜로 채워주십니다.”

그는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하듯 문화를 통한 선교활동을 위해 예술인들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성경으로 전도하는 것보다 문화로 전도하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입니다. 교회 안에 좋은 문화들이 많잖아요. 찬양뿐 아니라 연기, 그림, 악기, 무용 등 다양한 예술가들을 문화선교사로 인정하고 그들을 도왔으면 합니다. 문화선교야말로 지금 이 땅에 꼭 필요한 선교적 대안입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