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 '이완구 총리론'이 꿈틀대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의 주가가 치솟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연말 개각설 확산=지난달 30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한 이후 이완구 총리론이 돌기 시작했다. 여야가 이달 말까지 처리키로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말쯤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정국을 뛰어넘어 민생 정국으로 이끌기 위해 총리를 포함한 대대적인 국면 전환용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이 원내대표의 총리 입각론으로 이어졌다.
여의도에서 아이돌 그룹의 이름에서 따온 '2PM'이라는 유행어가 퍼진 것이 단적인 예다. 2PM은 이 원내대표의 성(姓)과 총리(Prime Minister)의 영문 철자를 합친 조어로 '이완구 총리'를 지칭한다.
차기 총리 후보로 유독 이 원내대표의 이름만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세월호법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끈기와 안정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9일 "협상 타결 이후 이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지지가 크게 높아졌다"면서 "원내지도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충청권 출신이라는 것도 큰 강점이다. 야당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이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새민련'이라는 약칭으로 부르던 여권의 관행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PM'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지금은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나에 대한 언급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 부탁이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여권 권력 구도에 변화 조짐=세월호 정국 이후 이 원내대표가 급부상하면서 그를 빼고 여권의 차기권력 지형도를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왔다.
총리설이 현실화되면 강력한 대권 잠룡으로 부상할 게 확실시된다. 벌써부터 여권 주변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 원내대표,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빅4'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들 중 출신지가 비영남인 사람은 이 원내대표밖에 없다. 충청권 지지가 필요한 다른 잠룡들이 이 원내대표와 척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총리설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이 원내대표가 그냥 가만히 있을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청와대와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모종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950년생으로 올해 64세인 이 원내대표에게도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충청도 출신 정치인답게 서두르지 않는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한 충청권 의원은 "이 원내대표가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40년 행정·정치 경험을 갖춘 이 원내대표는 보수 진영의 확고한 대안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행정고시 15회 출신의 이 원내대표는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하다 치안 분야로 전공을 바꿔 31세에 최연소 경찰서장(홍성경찰서)이 된 진기록을 갖고 있다. LA 총영사관 주재관 근무 등 해외에서 7년 동안 근무해 국제감각도 있다. 원내대표(원내총무)를 두 번(새누리당·자유민주연합) 지낸 이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기획] 연말 개각설 확산에 ‘이완구 총리론’ 꿈틀
입력 2014-10-10 02:48 수정 2014-10-10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