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국내 간판급 사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이 오는 13일로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리움은 2004년 10월 13일 대지면적 2400평 규모에 마리오 보타(스위스), 장 누벨(프랑스), 렘 콜하스(네덜란드) 등 세계적인 건축가가 각각 설계한 건물 3개로 문을 열었다. 리움은 삼성 일가의 성 ‘리(Lee)’와 미술관(Museum)의 어미 ‘움(um)’을 조합해 만든 명칭이다.
◇명품 미술관의 명품 전시=개관 당시 소장품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바탕으로 했다.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국보급 미술품과 근·현대미술품이 조화를 이뤄 ‘명품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시공간은 고미술 전시관 ‘뮤지엄 1’과 근·현대미술 전시관 ‘뮤지엄 2’, 기획전시실 ‘블랙박스와 그라운드 갤러리’로 구성됐다.
그동안 기획전은 24차례 열었다. 2005년 ‘이중섭 드로잉’을 시작으로 ‘앤디 워홀 팩토리’(2007), ‘코리안 랩소디’(2011) 등이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호암갤러리 시절이었던 2001년 시작한 ‘아트스펙트럼’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젊은 작가를 선정해 소개하기도 했다.
◇대한한국 문화명소로 우뚝=10년간 관람객은 148만명. 서도호의 ‘집 속의 집’(2012)은 10만1000명으로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다.
전시 서비스도 전문적이다. 고화질 디지털 돋보기를 설치해 육안으로 보기 힘든 유물의 세부까지 360도 회전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전시기법은 2013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황금의 나라-신라’ 전에도 활용돼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리움은 광주비엔날레 등 국제미술행사에 참가한 세계 우수의 미술관장과 큐레이터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대한민국 문화명소’ 이기도 하다. 2010년 11월 11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는 영부인들의 만찬장소로 활용돼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중국 등 해외 관광객들이 꼭 찾는 필수 관람 코스로 각광받는다.
◇다사다난했던 10년=우여곡절도 많았다.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휘말리는 등 다사다난한 10년을 보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비자금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폭로하면서 특검 조사를 받았다. 그 여파로 2008년 6월 홍라희 관장이 사임하고 ‘아트스펙트럼’ 전을 취소한 이후 리움은 2년 넘게 기획전을 열지 않았다.
홍 관장의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 체제로 운영되던 리움은 2010년 8월 ‘미래의 기억들’로 전시를 재개했고, 홍 관장도 공석이던 관장직에 2011년 3월 복귀했다. 내부 문제로 기획전을 열지 않고 사실상 ‘개점휴업’한 것은 미술관의 공공성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과 함께 리움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중과 함께하는 미술관 돼야=컬렉션도 스타급 작가와 명품 위주로 이뤄져 리움만의 색깔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 ‘삼성가의 프라이빗 미술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리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교감(交感)’ 전을 열고 있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미술을 전관에서 펼쳐 보인다. 하지만 명품들을 진열한 ‘백화점식 전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평도 없지 않다.
리움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지금 세계의 미술기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예술 경험을 대중에게 제공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홍 관장의 발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을 통해 ‘대중과 함께하는 열린 미술관’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명품 미술관’ 이미지 벗고 대중과 눈높이 맞춰야
입력 2014-10-10 0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