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팝의 거장 지미 더글라스 “K팝 가벼운 이미지… 진지한 음악으로 나서야”

입력 2014-10-10 02:46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세계적인 프로듀서 지미 더글러스는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진지한 음악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롤링 스톤스, 제이지,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유명 팝 가수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저는 아티스트가 창작한 걸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존 레전드부터 저스틴 팀버레이크까지 세계적 팝 가수를 만든 거장에게 프로듀서의 역할을 물었더니 의외로 밋밋한 답이 돌아왔다. 지난 8일 ‘2014 서울국제뮤직페어’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미국의 개인 프로듀서 지미 더글러스였다.

그는 고교시절인 1970년대 뉴욕의 아틀랜틱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일한 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프로듀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카니예 웨스트, 레드 제플린, 존 레전드와 롤링스톤스 등 유명 가수와 음반 작업을 했다. 유명 힙합 프로듀서인 팀버랜드와 10여년 함께하며 제이지 등의 음반을 제작했고 최근엔 패럴 윌리엄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팝 시장에선 그를 아티스트에게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어 최상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미상도 네 차례 받았다.

다시 한번 프로듀서의 역할을 물었다.

“프로듀서는 가수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도록 도움을 줍니다. 가수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이디어가 괜찮으면 그 방향대로 가고 그렇지 않다면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스타 프로듀서가 가수들을 키워내는 한국의 대형 기획사 시스템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한국의 대형 기획사들은 스타 프로듀서의 생각과 비전에 따라 움직입니다. 누가 부르건 비슷한 노래, 비슷한 가수가 나올 수밖에 없죠. 물론 그것이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프로듀서라면 아티스트와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서 그 사람의 재능과 분위기를 끄집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더글러스는 음반을 만들 때 엔지니어와 아티스트, 프로듀서가 함께 머리를 맞댄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더글러스는 가수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이는 가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됐다.

“지난 5월 발매한 팀버레이크의 앨범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팀버레이크가 얘기하더군요.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 과거 저와 함께 작업했던 얘기들을 했다고요. 그걸 반영했더니 쉽게 작업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K팝의 가능성에 대해선 “K팝은 가벼운 엔터테인먼트의 이미지가 크다. 진정성을 갖고 진지한 음악으로 세계시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K팝 가수들에게는 이렇게 조언했다.

“기획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금방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건 잠깐일 겁니다. 진정성을 갖고 자신과 자신의 창작물에 집중한다면 당장은 아니라도 아티스트로 자리잡을 겁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