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합격 위해선 스펙 위조도 마다않는다니

입력 2014-10-10 03:22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현직 교사들이 돈을 받고 수상경력과 봉사활동 등을 조작해줬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대학 합격을 위해서라면 자식이 살아온 인생 이력 조작도 서슴지 않는 빗나간 학부모의 자식사랑과 돈 때문에 가짜 서류들을 꾸며준 교사들의 부도덕함이 놀라울 뿐이다. 8일 경찰에 적발된 손모군의 대학 합격 수법은 기가 막힌다. 고교생 영어발표대회에서 다른 학생이 수상한 것을 자기가 수상한 것처럼 꾸미고 나가지도 않은 토론대회 상까지 챙겼다. 교사들은 학생 연설문도 써주고 백일장 대회의 시도 지어줬다. 2500만원을 받은 교사는 병원 관계자에게 부탁해 121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확인서를 받아주고 해외체험학습 기록도 조작했다.

엄마와 교사가 만들어준 ‘화려한 스펙’을 내세워 손군은 명문 두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합격했다. 입학사정관들은 봉사활동과 해외체험학습 시기가 겹치는데도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고 합격시켰으니 눈 뜬 장님이 따로 없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해당 교사가 돈을 받고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유출한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도 영영 묻힐 뻔했다. 2012년에도 수험생 스펙을 조작해 부정 입학시킨 학부모와 브로커가 검찰에 적발되고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학생이 ‘인성이 우수한 봉사왕’이라는 추천서를 받고 대학에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대전, 대구, 울산지역 고교 205곳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는 학생부를 임의로 수정한 사례 217건이 적발됐다.

입학사정관제는 미국 하버드대가 1923년 시작하면서 미국 전 대학으로 확산됐다. 노숙생활을 하던 소녀가 하버드대에 합격한 것도 성적보다 잠재력과 열정이 있는 인재를 뽑는 입학사정관제가 자리잡고 있는 덕분이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성적순이 아니라 비교과 영역인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평가해 선발한다는 이상은 그럴 듯했다. 하지만 스펙을 관리하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 업체에 의존하거나 자기소개서 표절·대필, 입학사정관의 자질 부족 등 문제점이 적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수상경력이나 봉사활동을 허위로 조작한다면 대학으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관제는 2015학년도부터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2012년 121개에서 지난해 127개로 늘었다. 비용과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활동 이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는 부유층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학생들의 스펙 관리와 상담을 해주는 입시 컨설팅 업체도 성업 중이다. 오죽하면 ‘입학사정관제는 사실상 엄마사정관제’라는 말이 나올까. 장점이 많은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려면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