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시장의 판도가 LED와 OLED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지난 100여년간 인간의 밤을 밝혀오던 백열등과 형광등 시대가 끝나고 새 조명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국내 업체는 특히 OLED조명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기술개발과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굿바이 백열등·형광등=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2012년부터 백열등 사용을 규제해 오고 있다. 백열등은 조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지만 소비전력이 많고 수은·납 등 환경오염 물질 등을 배출해 문제가 돼 왔다. 한국도 지난 1월부터 25∼70W 미만 백열등의 국내 생산 및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형광등도 조만간 퇴출될 운명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200여개 기관은 지난해 10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했다. 한국도 사인한 이 협약은 수은 첨가 제품의 제조 및 수출입을 2020년부터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은이 사용되는 형광등이 2020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LED조명 시장 외국기업이 빠르게 잠식=기존 조명이 사라지게 되면서 조명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특히 LED, OLED 등 새로운 광원은 백열등과 형광등의 빈자리를 빠르게 잠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우선 LED조명은 저전력과 고효율, 장수명 등을 내세워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현재 세계 LED조명 시장은 24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6년에는 43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은 LED조명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LED조명이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은 공공조달 시장 참여가 제한되는 등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민간 시장에서도 대기업은 제한된 품목만 판매할 수 있어 이미 시장을 포기하고 철수한 상태다.
해외 조명기업은 이 틈을 이용해 국내 LED조명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LED조명 수입 규모는 지난해 2800억원으로, 민간 조명 시장에서는 오스람, 필립스 등 외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2011년 42%에서 지난해 56%로 크게 상승하는 등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OLED조명으로 LED조명 뛰어 넘는다=LED조명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자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OLED조명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늘리고 있다. OLED조명은 선이나 점 형태의 광원인 형광등, LED와 달리 면(面) 형태의 광원으로 자연광에 가장 가깝다. OLED조명은 또 0.1㎜ 이하의 두께로 제작이 가능하며, 플라스틱 기판을 적용하면 자유롭게 휘고 비틀어도 깨지지 않는 특성을 가진 플렉서블(Flexible) 조명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자동차 항공기 잠수함 등 무게에 민감한 장비와 의료 시장 등 특수 용도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OLED조명 시장은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도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LG화학은 그동안 OLED 재료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으로 2012년 세계 최초로 60㏐/W(W당 방출되는 광량) OLED조명 패널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에는 세계 최초로 광효율 100㏐/W 패널과 세계 최대 크기의 OLED패널을 선보이는 등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오스람, 필립스 같은 글로벌 업체의 OLED조명 광효율은 60㏐/W 수준에 머물러 있다.
LG화학은 현재 미국 최대 조명회사인 어큐이티(Acuity)사와 유럽 조명회사인 줌토벨(Zumtobel)사 등 조명업체 50여개를 OLED조명 고객사로 확보했다. 또 2017년 양산을 목표로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차량용 후미등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비산업리서치(UBI Research)에 따르면 OLED조명 패널 시장은 2016년 약 5500억원에서 2020년에는 4조7300억원 규모로 확대되는 등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백열·형광등 ‘OFF’… LED·OLED ‘ON’
입력 2014-10-10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