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어머니, 감사합니다.”
지난 3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서울역 광장. 국군의 날인 1일 육군병장으로 만기제대를 한 조준희(25)씨는 어머니 황순미(49·미국 남가주 사랑의교회) 집사와 친척들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다부진 몸매, 겉으로 봐서는 여느 병사와 다르지 않았다.
조씨는 재미교포 2세다. 미국 이름은 윌리엄 조. 브라질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을 간 부모에게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15년 정도 살았다.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면 군에 입대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경기도 파주 전방의 포병부대 근무를 지원했다.
조씨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말은 잘 못하지만 나와 같은 한국 사람을 만나 한국문화를 배우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면서 “군 생활을 통해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전우애를 느끼고 또 배웠다”고 말했다.
제대소감을 묻자 그는 “부대장과 동료, 선·후임 병사들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부터 전했다. 그들이 힘든 군대생활을 견딜 수 있도록 돌봐주고 배려해 줬다는 것이다.
“제가 21개월 전 입대할 때는 한국말을 거의 못했어요. ‘밥 먹었나’는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들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 주위에서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런 저를 위해 영어 잘하는 병사와 함께 내무반 생활과 훈련을 하게 해 주셨고, 경직된 저를 다정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인터뷰 도중 그는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숱한 말썽을 부리며 자란 자신을 용서해 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어머니에겐 “이젠 늠름한 청년으로 변했으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했다.
“제가 10대 때는 말썽쟁이였어요. 당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유도 있지만, 왜 그렇게 친구들과 쏘다니며 나쁜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차를 타고 과속운전을 하고 마약에 취한 채 경찰서에 드나들고. 엄격한 군 생활을 하면서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회개 기도를 많이 드렸어요.”
그는 내년 3월 포항 선린대 국제경영정보과에 입학한다. 영어로 수업하는 이 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해 한국과 미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옆에서 대견스럽게 아들을 바라보던 황 집사는 “영장이 나왔을 때 아들이 ‘한국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이 될 것 같다’고 말해 바로 ‘오케이’라고 했다”면서 “달랑 비행기표 한 장 사주고 교인들과 함께 중보기도를 드렸을 뿐 아들을 위해 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 군대에 참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조씨는 가족과 친척들 앞에서 “군에서 생활하며 대한민국 남자로서 나라안전을 지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며 “앞으로 조국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육군 만기제대 재미교포 기독청년 조준희씨 “한국인 정체성 찾아 뿌듯 軍교회서 많은 회개 기도”
입력 2014-10-10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