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망명’ 바람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검찰의 카카오톡 사찰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새정치연합 보좌진들의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은 심하게 요동쳤다. 보좌진들은 검찰의 검열 소식과 함께 텔레그램이라는 외국산 메신저 프로그램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야당 의원들도 지난주 이후 꾸준히 텔레그램에 가입하고 있다.
9일 현재 30명 이상의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이 텔레그램을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텔레그램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무슨 큰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감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며 “가입자 수는 많지만 아직은 (의원들 사이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SNS도 우리 것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속상하다”며 씁쓸해했다.
의원들보다는 보좌진들의 텔레그램 활용도가 더 높은 편이다. 업무상 카카오톡의 활용도가 높았던 만큼 대체재로 더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의원의 한 비서관은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보좌진들이 당분간 텔레그램으로 자료를 주고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의 등 민감한 시기에 정부기관으로 자료가 유출될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사이버 망명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다. 한 당직자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본 것처럼 보수 진영에서는 카카오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피하려고만 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3700만명이 가입해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매체를 버릴 것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은 랭키닷컴 자료를 분석해 카카오톡, 라인, 마이피플, 네이트온, 틱톡, 챗온 등 한국 모바일메신저의 하루 평균 이용객이 지난 1주일 사이 167만여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번 사태는 단순히 카카오톡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불신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박근혜정부가 오히려 창조경제의 중심인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램은 독일산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서버에 기록을 남기지 않고 대화가 가능하며, 일정시간이 지나면 메시지를 자동 삭제할 수 있는 등 뛰어난 보안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텔레그램 측은 지난주에만 150만명의 한국인 이용자가 새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여의나루] 제1야당까지 ‘사이버 망명’… 의원 30여명 텔레그램 갈아타
입력 2014-10-10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