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수혜자는 고객이 아닌 이동통신사들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 규모가 예전보다 줄어들면서 앞으로 이통사의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정부가 이통사들의 배불리기에만 나섰다는 비난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일 ‘단통법 시행 일주일, 마케팅 비용 감소세 가속’이라는 보고서를 펴내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서비스 업종 주식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이 증권사의 양종인 연구원은 “내년에는 이통사 3곳의 마케팅 비용이 전년 대비 5.6% 감소해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9.5% 늘어날 것”이라며 “단통법의 효과로 통신업종은 장기적·구조적으로 수익이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통3사의 평균 보조금(제조사 보조금 제외)은 지난해 20만3000원에서 올 상반기 28만원으로 높아졌다. 제조사 보조금을 더해 실제로 지급하던 전체 보조금은 지난해 34만8000원, 올해 39만1000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기존 보조금 한도액이던 27만원보다 최대 12만1000원가량 많고, 단통법 하에서의 한도액인 34만5000원보다도 높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통사들의 보조금이 정부가 정한 한도액 아래에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이통사들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해석이다. 양 연구원은 “10월 이후 평균 보조금 지급 규모는 단통법 이전보다 크게 감소하고, 내년에는 지난해 수준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조금 1만원(5%) 인하를 가정하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순이익은 각각 3.7%, 8.3%, 9.5% 증가한다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연구 결과다.
소비자들의 불만여론이 높아지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이통사들에 요금인하를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이통사들에 당분간 별다른 압력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올해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1% 이상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요금인하는 수익이 호전된 이후 불거질 중장기적 이슈”라고 평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고객위한 법인 줄 알았더니… ‘단통법’의 착각
입력 2014-10-10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