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 사망… 공포가 현실로

입력 2014-10-10 02:30
미국 내 첫 에볼라출혈열 환자가 사망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감염된 미국인들이 있었지만 모두 미국 의료시설에서 회복됐다. ‘에볼라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분위기다.

미국 내 첫 에볼라 확진 환자였던 토머스 에릭 던컨(42)이 격리 치료 중인 텍사스주 댈러스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병원 측이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지 9일 만이다.

던컨의 사망 몇 시간 뒤 댈러스 지역에서 두 번째 의심환자가 발생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역방송 WFAA 등 텍사스주 언론들이 전했다. 이 환자는 댈러스 카운티 경찰국 소속 부보안관인 마이크 모니그로 지난주부터 고열 증세를 보였다. 모니그는 던컨과 접촉해 관계 당국이 추적 검사 중인 감염 우려 대상자 48명에서 빠져 있었다. 댈러스 카운티 공무원에게 던컨의 아파트를 안내한 뒤 복통과 피로 증세가 심해지자 에볼라 감염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 당국은 모니그의 감염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최종 결과 확인까지 48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첫 사망자까지 나오자 미국 정부는 이번 주부터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국가에서 온 입국 승객을 대상으로 5개 공항에서 체온 검사를 시행키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CDC와 세관국경보호국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등 서아프리카 3개국의 미국 입국 승객이 많은 공항에서 검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5개 공항은 뉴욕 JFK 공항, 워싱턴DC 덜레스 공항, 시카고 오헤어 공항,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 뉴어크 리버티 공항 등이다. 미국으로 입국하는 서아프리카 3개국 승객의 94%가 이들 공항을 이용한다. 미 보건기관이 자국에 들어오는 승객을 대상으로 체온을 재는 ‘입국 검사’를 시행하기는 처음이다. 과거 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이 전 세계로 퍼졌을 때도 미국은 체온 검사를 하지 않았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국무부에서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나라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각국이 에볼라 퇴치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이 자리에서 긴급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간호사의 감염으로 유럽 내 에볼라 환자 발생 우려가 커지자 영국 정부도 방역대책 강화에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주재 아래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에볼라 환자 발생에 대비해 격리치료 시설을 갖춘 런던과 리버풀 등의 주요 병원에 비상대기령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은행은 에볼라가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조기 차단되지 않고 주변국으로 퍼진다면 경제적 피해 규모가 내년 말까지 326억 달러(약 35조12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내 피해액 규모는 74억 달러로 평가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