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어디 갔지?… 2014년내 처리 가물가물

입력 2014-10-10 02:07
국회에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논의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일환으로 조속한 입법을 주문했을 때만 해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사안이 이제는 여야의 이해관계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지난달 30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타결됐을 때 여야는 이달 말까지 동시 처리키로 한 법안 리스트에 김영란법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여권은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정부조직법·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3대 법안’으로 명명하며 조속한 처리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막상 여야가 마련한 협상문에는 이 3대 법안 중 김영란법만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여당에서는 벌써 김영란법의 연내 처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법안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정치권 사정도 모른 채 법안 처리만을 촉구하는 청와대에 대한 불편한 심경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9일 “(여야 합의에서 김영란법이 빠진 것은) 세월호 특별법과 직접 관련 있는 법안만 먼저 처리하자는 취지였기 때문”이라며 “다른 뜻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조직법과 유병언법이 김영란법보다 더 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짧은 시간에 입법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시각차이도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 가장 골치 아파하는 부분은 법 적용 대상을 ‘금품을 수수한 모든 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규정한 대목이다.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150만 공직자에다 그 형제·자매·배우자·배우자의 직계 혈족까지 합해 적용 대상이 1500만명까지 불어나는데, 그런 법안을 어떻게 무턱대고 통과시킬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영란법 밀어붙이기에 변함이 없는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가 정치개혁, 정치혁신 이런 것을 하겠다고 하는데 김영란법이 통과됐을 때 진정한 개혁의 의지와 그 첫걸음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정확하게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문제점이 청와대에 전달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반론을 폈다. 다른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 담화문 등의 초안을 잡을 때 자세한 검토 없이 박 대통령이 김영란법을 언급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김영란법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에 대해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3년 이하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과잉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무부 의견에 따라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수수의 경우 과태료만 물리도록 하는 정부 수정안이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돼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