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머라이어 캐리(44)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가수입니다. 팝의 여왕이죠. 그래미상을 5번 수상했고, 무려 18곡을 빌보드차트 1위에 올렸습니다. 5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으로도 유명합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고음을 소화해 ‘돌고래 음역대’라는 별명을 얻었죠.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런 캐리가 11년 만에 내한공연을 가졌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미. 아이 엠 머라이어 라이브 인 서울’입니다. 공연 전부터 팬들의 관심은 남달랐습니다. 기대어린 시선이 쏟아졌지요. 그런데 공연이 끝난 지금. 팬들을 공연을 ‘대참사’로 기억합니다.
쌀쌀한 기온을 무색케 하는 뜨거운 함성 속에 공연은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곡 ‘판타지’부터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직 목이 덜 풀렸나?” 애써 마음을 다잡아봤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터치 마이 바디’ ‘이모션’ 등 이어진 곡들에서도 과거의 가창력을 찾긴 어려웠습니다.
캐리는 내내 음을 원곡보다 낮춰 불렀습니다. 고음 파트는 코러스에 의지했죠. 절정 부분도 가성으로 처리해 간신히 넘겼습니다. 오히려 밴드와 코러스가 훌륭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특히 알앤비 발라드곡 ‘마이 올’ 순서에 관객들은 음향장치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웅얼거리며 노래를 불러 제대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마무리는 더 의아했습니다.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가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가을밤에 캐롤이라니 다소 뜬금이 없었죠. 실망한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습니다. 엔딩곡이 울려 퍼질 땐 이미 객석의 3분의 1이 빈 상태였습니다. 남은 이들 중 일부가 아예 뒤돌아서서 개기월식을 바라보는 광경은 쓴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엔딩곡이 끝나고 무대 뒤로 사라진 캐리는 끝인사 한 마디 없었습니다. 앙코르 무대는 준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객석에서 앙코르 요청도 없었지만요.
공연 뒤 인터넷은 실망감을 토로하는 반응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이벤트 당첨돼 갔다 왔지만 왕복 차비와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공연을 위해 준비한 게 대체 뭔지 궁금하다” “가수가 인사도 없이 퇴장하는 공연 처음 봤다”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사실 캐리의 가창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는 몇 해 전부터 나왔습니다. 최근 선보인 여러 무대에서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지요. 목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팬들이 지적하는 건 실력만이 아닙니다. 관객에 대한 예의입니다.
좀 더 성의를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요. 노력하는 모습만이라도 말이죠. 11년을 기다린 팬들의 마음은 밤바람보다 훨씬 차갑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친절한 쿡기자] “공연 가지 말고 개기월식이나 볼 걸 그랬어” 디바의 무대 대참사
입력 2014-10-10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