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공동 제안국들을 중심으로 회람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유엔 주변에서는 초안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인권 책임자들을 국제 형사법정에 세우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결의안 초안을 만들어 우리나라와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이 회람 중에 있다”며 “주로 지난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결의안 초안은 공동제안국 회람에 이어 유엔 회원국 전체 회람을 거친 뒤 12월 중순쯤 최종안이 확정돼 총회에 상정된다.
COI는 1년간 탈북자들을 인터뷰해 북한에서 반인도적인 범죄가 자행돼 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인권범죄 ‘책임자’를 국제사법재판소(ICC)에 회부하거나 특별법정을 설치해 처벌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김 제1비서를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결의안에 담겼는지 여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초안 내용이 매일 수시로 바뀌고 있어 현 단계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 지도부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예 거론이 안 되는 최소한의 예상부터 반대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의 이름을 특정해 ICC 등에 회부해야 한다는 초강경 결의안까지 전망이 다양하다.
다만 정부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 특정국의 최고지도자 이름이 언급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김 제1비서가 결의안에 지목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유엔 관련 전문가는 “총회에 상정되는 결의안은 가급적 만장일치로 채택되는 게 제일 좋다”며 “김 제1비서 이름이나 형사법정 회부 등이 포함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남미와 동유럽의 북한 우방들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최종안에서는 민감한 내용은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과 EU가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어 결의안에 책임자 처벌 내용까지 담아 총회에서 표 대결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돼도 북한은 ICC의 관할국이 아니어서 최고지도부를 법정에 세우기는 어렵다. 아울러 COI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이행 강제성이 부과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채택해야 한다고도 요구했으나 이 역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다. 지난 4월 유엔 안보리는 북한 인권 관련 비공식 회의를 진행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회의 자체에 불참했다.
그럼에도 북한 인권 결의안이 유엔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고, 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져 국제사회의 이슈가 될 경우 북한 정권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김정은 ‘反인권’ 혐의 국제 형사법정 회부되나… 유엔, 北 인권결의안 초안 회람
입력 2014-10-10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