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이 막역한 벗 컬렉터 애런스버그, 화가 스텔라와 상점에 들러 변기를 샀다. 변기를 작업실로 옮긴 뒤샹은 검정색 물감으로 ‘R.Mutt 1917’이라 적었다. ‘샘’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변기는 1917년 미국의 독립전시회에 출품됐다. 상품인 변기가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미술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난해하기만 한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뒤샹의 ‘샘’을 비롯해 19세기 인상파 작품과 미국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깡통’, 영국 현대미술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등 걸작에 숨은 이야기를 예술가들의 눈과 입을 통해 생생하게 풀어낸다.
첫 장에 붙은 ‘현대미술사 노선표’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원시주의, 야수파, 표현주의 등을 거쳐 지금의 예술이 탄생하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을 지하철 노선에 빗대 심플하게 표현했다. 역명에는 그 예술노선을 대표하는 피카소,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의 작가 이름이 적혀 있다.
“이 책을 읽고 현대미술관에 가게 된다면, 전보다 덜 겁먹고 더 흥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작가의 말). 김세진 옮김.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걸작의 탄생 뒷얘기 등 쉽게 풀어쓴 현대미술사
입력 2014-10-10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