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원도 홍천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 전문 강사로 일하던 이모(54·여)씨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들떴다. 자신도 곧 정규직과 거의 마찬가지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한 학교에서 4년 가까이 정규직과 다를 바 없이 일해 왔기에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이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꿈을 곧 버려야 했다. 교육부가 영어 전문 강사는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 대상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시행 중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이 예외 대상이 너무 많아 생색만 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2013∼2015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을 확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계획에 따라 올해 상반기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이 5만432명이라고 지난 8월 발표했다. 전환 목표(4만3640명)를 16% 초과 달성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실적은 초라하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수는 25만1589명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은 전체의 20.0% 수준밖에 안 되는 셈이다. 직간접 고용 비정규직까지 모두 합친다면 비정규직은 35만1781명으로 늘어나는데, 이 기준에서 보면 전환된 비율이 14.3%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의 ‘초과달성’ 발표와 달리 실제로 무기계약직 전환 비율이 낮은 것은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고령자, 휴직 파견 대체자 등은 애초에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사학위 취득자도 제외돼 있다. 교육 부문에 종사하는 영어 전문 강사, 체육 강사 등 각종 강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따지면 정부가 지난해 파악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25만여명 중 18만5878명이 예외 대상으로 빠진다.
문제는 예외 대상 가운데 일부는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영어 전문 강사에 대해 “업무의 상시성 등을 볼 때 기간제 고용의 예외로 인정할 만한 불가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사학위 소지자의 경우에도 노동부 측이 문제점을 인정하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박사학위 소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 대상이 지나치게 많은 부분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8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정해진 예외 대상을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 최재혁 간사는 “기간제법을 근거로 한다면 무기계약직 전환 정책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최 간사는 “기존에도 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예외 대상은 피해를 봤다”며 “예외 대상을 축소하는 등 전향적인 노력이 없으면 무기계약직 전환은 생색내기 정책일 뿐”이라고 밝혔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기획]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 초과 달성했다지만… 실제론 14.3% 전환 ‘생색만’
입력 2014-10-10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