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면제 대회만… 골라 다는 ‘태극마크’

입력 2014-10-10 02:55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류중일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그러나 아구 종목에서 별다른 위기 없이 선수 13명이 무더기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축구대표팀이 지난 2일 북한을 연장 끝에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환호하는 장면. 남자 축구대표팀의 경우 김신욱 박주호 김승규 등 와일드카드 3명을 포함한 20인 엔트리 전원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나고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의 병역면제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태극마크를 병역면제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3명이라는 대규모 선수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야구에 대한 비난이 뜨겁다. 이에 따라 41년을 이어온 병역의무특례규제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병역면제 혜택 대회만 매달리는 야구=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프로야구에선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의 태극마크 경쟁이 치열했다. 결국 13명의 병역 미필 선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했고 이들은 간단히 경쟁팀들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축구나 농구 등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가 욕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하나는 너무 쉽게 금메달을 따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과 우승을 놓고 다투는 일본의 경우 선수 전원을 사회인 야구팀에서 선발했다. 대만도 소수의 자국 프로야구 선수만 차출한 채 프로리그를 진행했다. 결국 국내 리그까지 중단한 채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이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또다른 문제는 선수들이 병역 해결에 도움이 되는 국제대회에만 출전하려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대만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선수 차출을 놓고 팀과 선수들이 이를 기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좌완 빅3인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과 김광현(SK 와이번스), 봉중근(LG 트윈스)이 모두 빠졌다. 타선에서도 당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결국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사’를 당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뒤인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들의 태도가 급변했다. WBC는 아무리 잘해도 군 면제가 되지 않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이와 다르기 때문이었다.

◇병역 특례 제도 이제는 개선하자=선수들이 병역면제를 받는 법적 근거는 1973년 제정된 ‘병역의무특례규제법’이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남자 선수들은 4주간 군사 훈련만 받고 해당 분야에서 2년 10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병역의무특례규제법 제정 당시와 현재의 국내 스포츠 사정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1970년대의 경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고 남북 체제경쟁에서 스포츠가 빠지지 않기 때문에 국위선양의 차원에서 이 같은 혜택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제 스포츠 강국이 된 상황에서 병역 특례자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실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군 면제를 받은 선수는 복무 중인 3명을 포함해 총 66명이다. 병역의무특례규제법 제정 후 41년 동안 혜택을 받은 선수는 모두 911명이나 된다.

이에 따라 병역 특례에 대한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우선 나이와 경력에 따라 출전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구는 1998 방콕아시안게임 때부터 프로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됐다. 프로선수들의 출전이 불허되던 시절엔 병역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주축은 아마추어선수로 하되 와일드카드 형식으로 프로 선수를 소수 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축구는 만 23세 이하에 와일드카드 3명이다.

한 대회가 아니라 여러 대회에서 합산한 점수로 병역 특례를 주자는 논의도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9일 “대회 하나 나가서 메달을 땄다고 군 면제가 되는 방식이 아닌 여러 차례 대회 성적을 합산해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