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날렵하고 산뜻한 외양, 무궁무진한 쓰임새와는 대조적으로 원료 채광, 부품과 본체 제조·폐기과정에서 환경오염과 노동착취, 직업병 등을 일으킨다. 2g짜리 마이크로칩 하나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수십㎏의 폐기물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음식과 인체로까지 유입된다. 스마트폰 부품에 쓰이는 원료 대부분은 아프리카 중부 군사조직의 자금줄인 ‘분쟁 광물’이다. 또한 미국에서 버려지는 연간 수백만t의 스마트폰 폐기물은 중국 인도 가나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진다.
네덜란드의 사회적기업 ‘페어폰’은 공정무역 개념을 스마트폰에 적용해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생산·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페어폰’을 지난해 5월부터 팔고 있다. 이 회사는 무기로 탈바꿈하는 탄탈룸 주석 금 등 대표적 ‘분쟁 광물’을 스마트폰 회로와 부품에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광물 생산지에서 군사조직과 무관한 공급처를 직접 개척했다. 페어폰은 이런 원료 규제와 투명한 공정, 노동환경 개선, 디지털 쓰레기 줄이기를 통해 스마트폰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스마트폰이 환경과 노동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다. 공정무역은커녕 시장에서 공정경쟁 질서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투명한 가격 구조 탓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휴대전화와 통신서비스 낭비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16개월마다 단말기를 교체해 2위권 국가(24개월)보다 교체주기가 8개월이나 빠른 압도적 1위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보조금 상한선 도입과 함께 보조금 규모가 평균적으로 줄었다. 반면 출시된 지 오래된 단말기일수록 지원금 규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구형 단말기나 중고 단말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페어폰도 스마트폰의 평균수명을 늘리는 것을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 단통법 도입을 계기로 휴대전화 낭비를 줄여 환경 훼손과 건강에 대한 위협을 완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원료 및 부품의 조달경로, 그리고 관련된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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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0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