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국내 첫 출간… 헤밍웨이 네 번째 장편소설

입력 2014-10-10 02:54

‘노인과 바다’ 만으로 헤밍웨이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1937)는 미국의 문호 헤밍웨이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등 그의 여러 작품이 국내에 소개됐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국내 출간은 처음이다.

이 작품은 1934년 잡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원 트립 어크로스’와 36년 후속편으로 낸 ‘트레이드스맨스 리턴’을 한데 묶은 것이다. 해외에서는 “헤밍웨이 전 작품 가운데 잔혹하도록 현실적이지만, 더없이 세밀하고 감동적인 관계와 훌륭한 실험 정신들로 가득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시나리오로도 각색돼 네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평범한 바다 사나이 해리 모건. 전 세계가 대공황의 늪에서 신음하던 시절, 낚싯배를 운영하는 모건은 손님에게 사기를 당한다. 그 후 먹고 살기 위해 중국인 밀항과 밀수에 손을 댔다가 쿠바 혁명단과 엮이게 된다. 작가는 파도보다 거친 시대를 만나 속수무책 무너져가는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극심한 빈부격차, 도덕적 타락, 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 등이 지금 이 시대와도 많이 닮아 있다. 황소연 옮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