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정면 충돌

입력 2014-10-09 03:29
시·도 교육감들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보육료 예산 편성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정부가 8일 강력 대응에 나섰다. 정부와 시·도 교육감의 견해차가 워낙 큰 상황인 만큼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재원 마련은 국회에서 절충될 가능성이 높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시·도 교육감들이) 국민과 어린이를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지난 정부 때 교육교부금에서 재원을 부담하기로 이미 합의해서 추진해 온 사안”이라며 “교육감들의 주장은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로 나뉘어 영역 다툼을 벌이던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도 별도 자료를 통해 “내년 누리과정 사업은 차질 없이 시행이 가능하다”며 “시·도 교육감들이 일시적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국민 합의에 의해 시행 중인 제도를 되돌리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어린이집은 어렵지만 (올해) 예산을 배치하고 있고 내년에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상보육 예산 분담에 중앙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재정 전쟁 시대”라며 “서울시 자치구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0∼2세 어린이집 보육료만 지원할 수 있고 3∼5세 보육료는 지방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에서도 시비로 예산을 편성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내년 만 3∼5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에 필요한 자금은 2조1429억원이다. 내국세의 20.27%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에서 나오는 돈이다. 문제는 올해 40조9000억원이었던 교육교부금이 내년에는 39조5000억원으로 줄어드는 데 있다. 정부는 대신 내년 지방교육 당국이 재원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를 인수하기 위한 1조9000억원을 예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도 교육청은 “빚내서 보육료를 지원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또 교육교부금 지원 대상은 교육기관(유치원)에 해당되지 보육기관(어린이집)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