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 공개… 자위대 무력행사 범위 전 세계로 확대

입력 2014-10-09 03:59
미국과 일본이 자위대 활동의 지리적인 제약을 철폐하는 방향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겠다고 8일 발표했다.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을 한반도 주변으로 한정했던 ‘주변사태’ 조항을 삭제해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가능케 한 것이다. 추후 무기지원 등이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까지 마무리되면 자위대의 무력행사 범위는 지구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

지지통신은 “양국 정부가 일본 방위성에서 외무부·국방부 국장급 방위협력소위원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의 재개정을 위한 중간보고서를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으로 ‘지역·글로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후방 지원과 해상 안보에서 미·일 협력 강화’를 명기했다”며 “일본 주변에서 미군을 지원토록 한 ‘주변사태’ 개념을 제거하고 자위대 활동에 지리적 제약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지지통신은 양국의 의도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을 중심으로 동중국해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1997년 1차 개정 때 대상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바뀌었다면, 이번에는 중국으로 옮겨졌다는 평가다.

중간보고서 핵심은 ‘집단 자위권의 적절한 반영’이라는 가이드라인의 개정 방향을 확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에 대한 무력공격 발생시 집단 자위권 각의결정에 따라 일본의 무력행사가 허용되는 경우에 대한 양국 정부 간 협력을 구체적으로 정한다”고 적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지난 7월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평화헌법 9조 해석을 변경하도록 각의에서 정했다. 교도통신은 집단 자위권에 대해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가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자국이 직접 공격하지 않고 국제사회가 공동의 실력으로 저지하는 권리”라고 규정했다.

자위대 활동의 공간적·시간적 제한이 철폐될 거란 전망도 현실이 됐다. 보고서는 “양국 정부는 평시에서 긴급사태까지의 어떠한 단계에서도 일본의 안전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보수집·경계감시·후방지원·미사일 방어·해양안보·비전투원 피난 등의 조치를 취한다”며 “우주·사이버 공간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했다.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로 규정한 ‘평시’ ‘일본 유사(有事)’ ‘주변사태’ 등 3분류는 폐기되게 됐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에 따른 양국 간 협력방안, 즉 무력 사용의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못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불가능한 미군 전투기에 대한 공중급유, 미군 함정 방호,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미국령인 괌, 하와이 등을 향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행위 등이 가능해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명시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아베 총리와 자민당, 공민당 등이 자위대 활동 범위에 합의하지 못했고 여론이 집단 자위권에 찬성보다 반대가 많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등 군사 활동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동근 이종선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