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성큼 다가온 로봇과의 공존… 인간의 몫은 창의·감수성

입력 2014-10-10 02:32

“벡스터는 잠을 자지도 점심을 먹지도 커피를 마시지도 않고 매일 24시간 일할 수 있다. 고용주에게 보험을 들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고, 고용주의 급여 세금 부담도 늘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혀 관계없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두 팔이 따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형 로봇 벡스터.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생산되고 있다. 기계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인가라는 질문은 한참 철 지난 느낌이다. 기계는 이미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인간과 기계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풍경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 교수 2명이 함께 쓴 ‘제2의 기계시대’는 “최근 펼쳐지고 있는 기술 발전들은 기계시대의 준비 운동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기술의 진보가 컴퓨터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떻게?

“앞으로 단순 반복적인 일은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고, 인간은 창의성과 감수성이 요구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기계시대는 얼마만큼 가까이 다가왔는가? 기계시대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기계시대에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답한다. 올 1월 미국에서 출간됐을 때, 특히 ‘로봇과 인간의 일자리 경쟁’이란 이슈를 던진 책으로 화제가 됐다.

제1의 기계시대는 증기기관이라는 기술이 열었고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지금 제2의 기계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이 시대를 주도하는 기술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통신망이다. 제2의 기계시대를 주도하는 기술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유례없이 증대시킬 것이다. 그 결과는? “증기기관으로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증대시켰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인류가 극적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저자들의 전망이다.

책은 인공지능, 무인 자동차, 로봇공학 등 최근의 기술적 진보 사례들을 살피고, 기술의 진보가 빚어내는 그림자, 즉 부의 편중과 일자리 위기 등을 다룬다. 그리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풍요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또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색한다.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일으키는 변화가 대단히 유익하리라는 낙관적 시각을 유지한다. 이한음 옮김.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