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2014 국정감사] ‘長’자 붙은 증인 채택 충돌로 흔들리는 국감

입력 2014-10-09 03:44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한 뒤 선서문을 김영주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에도 증인 채택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대기업 총수, 정무위원회는 은행장 증인 채택 등을 놓고 파행을 겪었다. 새누리당은 “기업인 증인 채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전경련의 하수인을 자처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세월호 정국으로 인한 장기 국회 파행으로 엿새 만에 증인신청 절차를 졸속으로 마무리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노위·정무위, 고성 오가며 파행=환노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 국감을 진행했으나 대기업 회장들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전날에 이어 오전에도 파행을 빚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이인영 의원은 “의견을 듣고 제도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왜 기업 총수를 불러야 하는지 합리적인 기준조차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후에도 “현재 노사분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주를 부르면 공정한 게임이 되겠느냐”(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그동안 국감에서 (대기업 회장을) 수도 없이 불렀는데 다 불법이었단 얘기냐”(정의당 심상정 의원)는 등 설전이 오갔다. 여야는 오후에 국감을 진행하며 물밑협상을 했으나 야당 측이 요구하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증인 채택을 놓고는 팽팽히 맞섰다.

정무위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감장에서는 시중 은행장의 증인 채택을 놓고 고성이 오갔다. 증인 채택 협상이 잘 안 풀리자 한때 국감이 중단됐다. 야당은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증인으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회장, 사장, 행장 등 ‘장(長)’자가 붙은 사람은 안 된다는 게 새누리당의 당론이자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새누리당 당론 때문에 ‘장’급 증인 채택이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은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을 겨냥해 “(증인 채택 협상을)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쏘아붙였고, 김 의원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며 반발했다.

정무위는 논란 끝에 KB금융지주 사태와 관련해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 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추진 과정 및 노사 갈등과 관련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증인 채택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김문기 상지대 총장, 김병찬 제주한라대 이사장 등의 증인 불출석에 따른 신경전으로 국감 진행이 차질을 겪었다.

◇지도부까지 장외공방 가세=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경제가 대단히 어려워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국감 취지와 무관한 증인을 선정해 인격을 모독하거나 의도적 흠집내기 등 모습을 보이는 정략적 국감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회의에서 “필요한 증인과 참고인이라면 숫자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수십, 수백명이라도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영록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기업인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도록 증인 채택에 적극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엄기영 기자, 세종=이용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