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경질된 박지만씨 ‘절친’… 또 비선 입김설 불거져

입력 2014-10-09 03:53

이재수(사진) 기무사령관의 갑작스러운 교체가 정치적 후폭풍을 낳고 있다. 현 정부 비선(秘線) 인사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 엿보인다. 여권 내부의 ‘파워 게임설’까지 제기된다.

이 사령관 교체를 놓고 여러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국방부는 “기무사령관이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 최근 군내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책임감을 느껴왔으며 보직된 지 1년이 경과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현재 중장인 이 사령관을 대장으로 진급시키기 위해 기무사령관 자리에서 뺐다는 ‘전략적 후퇴설’도 들린다. 이 사령관을 경질한 게 아니라 배려한 인사라는 얘기다.

이번 인사가 정치권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사령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매우 가까운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울 중앙고, 육사 37기 동기동창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8일 “박 회장의 베스트 프렌드(가장 친한 친구)가 이 사령관”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최근에도 가끔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단짝 친구 사이인 이들이 만나는 것을 정치적으로만 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령관은 어렸을 때부터 박 회장과 친해 과거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회장이 마약 사건 등으로 방황할 때도 이 사령관은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켰다고 한다.

이 사령관 교체를 여권 내부의 파워 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대목에서 낯익은 이름이 등장하는데, 바로 정윤회(59)씨다.

한 시사주간지는 정씨의 박 회장 미행설을 보도했고, 정씨는 이를 기사화한 기자 3명을 지난 7월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씨는 고소장에서 “‘박 회장이 지난해 말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한 달 이상 미행을 당했으며, 미행을 지시한 이가 바로 정윤회’라는 허위 보도로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박 회장과 정씨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돼 있다. 특히 정씨가 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예방한다는 목적에서 박 회장을 견제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군내 수사정보기관의 수장이 박 회장의 친구라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 비선 인사들이 이 사령관을 경질시켰다는 게 ‘파워 게임설’의 핵심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비선 인사들이 자신을 음해한다면서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기무사령관 교체와 관련해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 사령관은 교체 사유와 관련해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그는 국방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근 발생한 군내 사건에 대해 기무사가 적절한 지휘보고를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반성해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인사에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고 장관이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내놓은 설명과 거의 똑같다.

하윤해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