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통일부 대북정책] “北 책임있는 조치 없이 5·24 해제 어려워”

입력 2014-10-09 03:48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와 관련해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향후 남북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류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24조치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면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 얘기할 수 있다”면서 “남북이 서로 논의해 극복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5·24조치를 지속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며 “이 조치가 나오게 된 원인을 따져보고 남북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북정책 기존 원칙은 현재로선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5·24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주문이 이어지자 “천안함 폭침에 따른 징벌적 성격이므로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최근 북한 대표단 방문을 남북관계 개선 기회로 삼자는 생각은 분명 있지만 그동안 견지한 대북정책 입장을 바꾸거나 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 대부분이 5·24조치 해제 수순을 주문했지만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북한은 분위기만 띄웠는데 우리는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정상회담 등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느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류 장관은 2차 고위급 접촉에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가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오랜 남북대화 채널인 통일부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의 ‘통통 라인’ 복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1차 접촉 때 우리 측 김 1차장과 북측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만났기 때문에 2차 접촉 때도 기본적으로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만남이 워낙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뚫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게 이뤄지고 나면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서는 통일부가 전면에 나서서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접촉 정례화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정부가 남북 채널 복원 가능성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4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오찬회담 때 우리 측 제안에 대해 북한 대표단의 거부로 박 대통령 예방이 불발된 경위와 관련해 류 장관은 “북측이 거절했다기보다는 우리 측에 양해를 구한 것”이라며 “당시 대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 면담카드를 그렇게 싸게(쉽게) 쓰느냐. 다 모여서 기껏 짜낸 꾀가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쓴소리했다.

류 장관은 북한 동향에 대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 3년차를 맞아 체제 안정화를 위한 조직 정비와 충성 분위기 확산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휴대전화 보급, 젊은 세대 옷차림 취향 허용 등 사회변화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있지만 탈북이나 외부 문화 유입에는 엄한 처벌을 가하는 등 체제 위협 요인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