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5조원 이상의 재정을 추가 투입한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투입 재정의 대부분은 대(對)일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다. 내수 소비 증대를 위해 등장한 신규 대책은 중국 면세점 이용연령 제한 폐지 등 중국인 관광객(요우커·遊客) 유인책 등에 불과하다.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지적돼온 소득 증대 방안은 이번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추가 투입 5조원 중 3.5조원은 사실상 엔저 대책=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 “정책자금 패키지 41조원 중 연내 집행액을 26조원에서 31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애초 계획된 정책자금 패키지 중 공공기관 설비투자 등 일부 사업은 시기를 앞당기고 중소·수출기업 등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액을 추가 확대하는 방식으로 올해 안에 5조원 투자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중소·중견기업 설비투자를 위한 펀드 집행 사업 확대와 시설재 등 수입에 대한 외화대출 지원액으로 책정된 3조5000억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상당부분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에 해당한다. 최 부총리는 지난 2일 관훈토론에서 “엔화 약세를 활용해 일본에서 수입하는 설비를 미리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외에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대일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환변동보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 부담도 절반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정부가 ‘내수 보완 대책’이라며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에 비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내용은 변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 중 소비진작을 위한 대책은 주택연금 가입대상 확대와 요우커 소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내 면세점 추가 허가, 제주면세점 연령 제한 폐지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 시내 면세점에 추가로 특허를 내준다는 계획은 지방의 중소 면세점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주택연금 가입 대상 확대 방안도 당초 제한적으로 2주택자만 허용하는 것을 다주택자에까지 확대할 경우 ‘실질적 소득 없이 주택만 있는 고령층’의 소득 보전 방안이라는 애초 정책 목표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4분기 성장률 0.1∼0.2% 포인트 제고?=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내수가 살아나고 수출 중소기업이 안정되면 4분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대로 끌어올려 새 경제팀이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3.7%를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예상보다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지만 당초 정부가 전망했던 정도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기존 41조원 정책 패키지 중 연내 ‘31조원+α’를 집행하면 분기당 성장률을 0.1∼0.2% 포인트가량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 소득 증대 없이 내수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높다.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면 그나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반적 경제 상황을 볼 때 리스크 관리가 절실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기약없는 내수 대책… 긴급수혈 3.5兆 엔저 대응用
입력 2014-10-09 03:26 수정 2014-10-09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