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학생 ‘가짜 스펙’ 쌓아 대학 보낸 교사들

입력 2014-10-09 02:13
전직 J여고 국어교사 민모(57·구속수감)씨는 2010년 10월 ‘한글날 기념 전국 백일장’에 제출할 시 4편을 작성해 학부모 이모(49·여)씨에게 건넸다. 이씨 아들 손모(20)씨에게 수상경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손씨는 이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손씨가 다니던 K고교 교사 권모(55)씨와 홍모(46)씨도 2011년 6월 열린 ‘녹색성장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창의적 해결방안 토론대회’에 같은 학년의 다른 학생을 손군인 것처럼 대리 참가시켰다. 역시 손씨의 수상실적이 필요해서였다. 교사들의 지원사격을 받은 손씨는 화려한 수상실적을 무기로 2012년 사립 S대학교 과학계열 학과에 입학했다. 아들을 대학에 입학시켜준 대가로 민씨는 이씨로부터 2500만원을 받았다.

민씨는 이씨의 딸이 다니던 학교의 교사로 일하며 이씨와 안면을 익혔다. 이후 이씨는 손씨가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민씨에게 부탁했다. 민씨는 각종 경연대회를 조작해 손씨가 수상실적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권씨와 허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다만 권씨와 허씨가 돈을 받은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수상경력과 봉사활동, 해외체험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교사추천서 등에 기재한 혐의(업무방해)로 권씨와 홍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손씨 모자(母子)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6월 J여고 시험문제 유출 건으로 민씨를 구속 수사하던 중 ‘가짜 스펙’ 쌓기 관련 범행을 추가 발견했다. 경찰은 민씨 역시 같은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