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중량급 의원들이 서로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여당 중진들은 밀린 당무와 국감을 병행하느라 연신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반면, 야당 중진들은 복잡한 당내 사정 때문인지 한껏 몸을 낮춰 ‘로 키(low-key)’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년 국감에서 이들이 존재감을 뽐냈던 날카로운 질의 풍경은 잘 포착되지 않는다.
◇해외로, 당무로…바쁜 여당 중진=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8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한 뒤 방송기자클럽 창립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때문에 오전 전북 전주 농업진흥청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감에는 가지도 못했다. 13일부터는 중국공산당 초청으로 4박5일간 방중길에 올라야 해 실질적으로 김 대표가 국감에 참여할 수 있는 날은 엿새뿐이다. 이재오 의원은 한중의원외교협회장 자격으로 김 대표 방중에 동행한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김태호 최고위원, 유승민 나경원 의원 등은 해외공관 국감을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현역 최다선(7선)의 서청원 최고위원은 선배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각오다. 바쁜 당무일정 와중에서 모든 국감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할 계획이다. “공무원 여러분께는 미안하지만 한 해 몇 조원씩 거덜나는 공무원연금은 개혁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을 적극 엄호하기도 했다.
한때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실세’였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친이(친이명박)계 거물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은 국감 ‘저격수’에서 피감 기관장으로 변신했다.
◇숨고르기…야당 중진=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안행위)과 급하게 상임위를 바꿨다. 문 위원장에게는 어수선한 당내 사정을 추스르는 게 제1과제다. 따라서 국감에 참여하면서도 항상 한쪽 머리는 당내 불협화음 정리로 향해 있다.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한길 안철수 의원,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의원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무게감 있는 ‘스타급’ 활약은 아직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당내 문제에 책임을 지고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자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아직 국회 밖에 있다. 그는 그간 지방 사찰 등과 지역구를 돌며 국감을 준비해 왔지만 후임 원내대표 선출 등이 마무리되지 않아 최종 복귀 시기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러나 국감 때마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정부 실책을 질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만큼 이번에도 국감장에서 부진을 빠르게 털고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기획재정부 국감에 합류, ‘최경환 경제팀’에 대해 작심발언을 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전웅빈 최승욱 기자 imung@kmib.co.kr
여야 중진의원들의 제각각 국감나기 행보… 숨 가쁜 與 숨 고르는 野
입력 2014-10-09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