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좀처럼 경기에 불씨가 지펴지지 않자 또 다시 올해 안에 ‘5조원+α’를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경기가 다시 꺾이고, 엔화 약세 등 대외 위험요인까지 겹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4%대 회복’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부진한 내수·투자 침체를 살려낼 묘수가 없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 이슈 등 대외 불확실성도 높아 ‘최노믹스’의 두 번째 승부수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기금 지출, 공공기관 투자 등을 1조4000억원 늘리고 설비투자펀드와 외화대출의 연내 집행을 3조5000억원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시내 면세점을 추가 지정하고 주택연금 가입 대상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3개월도 안 돼 추가 대책을 발표한 것은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더 꺾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저물가가 지속되고 전체 산업생산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경기 회복 모멘텀이 미약하다”고 종합평가했다.
특히 8월 설비투자는 수익성 악화와 기업심리 위축 등으로 세월호 사고 시기인 지난 2분기보다도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산업생산지수도 마이너스 3.8%를 기록,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정부의 ‘41조원 정책 패키지’ 발표에 따른 효과는 이미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엔화 약세 장기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굵직굵직한 대외 변수들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가 애써 끌어당겨보려는 소비 증대도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예상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도 줄어 어려운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景氣, 불때도 연기만…
입력 2014-10-09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