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2명이 특정 야당 의원들을 거론하며 “삐딱하다” “좌파라서 그렇다”고 필담을 주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가 파행을 겪었다. ‘폄하 쪽지’를 작성한 의원은 “개인적인 대화”라며 사과를 거부하다 감사가 중단되자 결국 뒤늦게 사과했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과 송영근 의원은 7일 국감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의 질의 도중 쪽지를 주고받았다. 정 의원이 먼저 “쟤는 뭐든지 빼딱!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라고 적은 메모지를 송 의원에게 건넸다. 송 의원은 ‘쟤’라는 글자 위에 ‘진성준’이라고 쓴 뒤 메모지 뒷장에 “19대 선거 한명숙이 비례대표 추천 시 청년 몫 2명 남1 김광진, 여1 장하나. 운동권 정체성(좌파적)에 3인 나가수식 선발”이라고 적었다.
2012년 당시 당 대표였던 한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인기투표 방식으로 진행한 결과 ‘삐딱한’ 성향의 의원이 국회에 들어왔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장면은 카메라에 포착돼 이날 공개됐다.
새정치연합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야당 의원 질의를 폄하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메모지에 거론된 진 의원은 “우리당 의원들이 왜 ‘애’ 취급을 받아야 하고 삐딱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모멸감을 느꼈다”며 발끈했다.
정 의원은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개인 의견을 나눈 것은 사과 대상이 아니다”고 버텼다. 격한 논쟁이 오가자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감사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분 정회 뒤 속개되자 송 의원은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편 국군기무사령부가 군의 유선전화 및 무선통신 전체에 대한 감청 승인을 받았던 사실이 공개됐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은 기무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근거로 “기밀누설 방지를 목적으로 2012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총 8회에 걸쳐 대통령의 감청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넉 달에 한 번씩 감청허가를 갱신하는 것을 볼 때 상시로 군의 유무선 통신을 감청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국방부 장관실과 기자실도 감청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쟨 뭐든지 삐딱” 뒷담화 쪽지에 국감 정회소동
입력 2014-10-09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