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 노벨상 한국은 여전히 ‘0명’… 도대체 왜?

입력 2014-10-09 02:10
“이제 일본 사회는 급격하게 변할 것입니다.”

지난 7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 박사가 2005년에 했던 말이다. 당시 옛 직장 니치아화학을 상대로 벌였던 긴 소송에서 승리한 뒤 이런 말을 했다. 나카무라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청색 LED 특허권을 회사가 가로챘다며 2001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니치아화학이 나카무라 박사에게 8억4000만엔(약 8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례 없는 보상금액에 일본이 떠들썩했던 이 사건은 일본 과학기술 업계의 연구 풍토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직원이 회사에 기술의 소유권과 특허권을 주장하는 소송이 잇따랐다. 일본 정부는 기술을 발명한 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강화했다. 이후 2008년부터 일본에서 10명의 과학기술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처참하다. 직원이 기술을 개발해도 특허는 회사가 갖는 경우가 80%에 달한다. 기업 10곳 중 6곳꼴로 기술을 개발한 직원에게 아무 보상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장려하고 보상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월 서울고법은 삼성전자 현직 연구원 안모(49)씨가 특허에 대한 보상을 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2185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안씨가 개발한 기술은 휴대전화에서 한글 초성만 넣으면 완전한 단어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로 135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내가 받아야 할 보상금은 305억원대”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안씨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쥐꼬리’만한 금액을 책정했다. 사실상 패소나 다름없는 판결이었다. 안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1∼2011년 직무발명 보상 문제로 벌어진 소송은 154건에 불과하다. 많은 연구자들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송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발명진흥법에 직무발명 보상제도 관련 규정을 두고 기업의 보상을 장려하고 있다. 특허청은 매년 직무발명 보상 우수기업을 뽑아 상을 준다. 하지만 기업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우리나라에서 출원한 특허 중 개인이 아닌 법인이 주체인 경우는 매년 10건 중 8건꼴이다. 2012년에는 전체 18만8305건 중 15만1349건이 법인 출원 특허였다. 직원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는 회사 이름으로 내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직무발명 보상 실시율은 2012년 기준 43.8%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26%만 직무발명에 보상하고 있었다. 보상금도 턱없이 적다보니 연구자들 사이에선 의욕 상실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