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기지 첫 여성 월동대장 안인영 책임연구원 “남극의 아름다움에 반했어요”

입력 2014-10-09 02:00

한국에서 최초로 여성 남극기지 책임자가 나왔다.

극지연구소는 8일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28번째 월동대장에 안인영(58·사진) 책임연구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월동대장은 남극기지 운영 총괄책임자다. 17명의 연구원과 함께 남극에서 혹한을 견디며 각종 연구를 수행한다. 임기는 1년으로 다음 달 24일 떠나 내년 12월 돌아온다.

안 대장을 ‘최초의 여성 월동대장’으로 이끈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다. 그는 1979년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해양학과 2학년으로 편입했다. 흔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안 대장은 그 이유에 대해 “바다 같은 미지 세계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선택에 대해 “무모했다”고 말했지만 그 선택은 남극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안 대장은 뉴욕주립대에서 연안해양학으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91년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해 남극하계연구대의 일원으로 처음 남극 땅을 밟았다. 대학 때부터 꿈꾸던 미지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이다. 그는 당시 남극의 인상을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생경했다”며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고 말했다.

안 대장은 그 아름다움에 빠져 2000년대 초반까지 거의 매년 남극을 찾았다. 생경함은 사라졌을까. 안 대장은 “남극엔 새로운 면이 항상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해양생물 중 밝혀진 것이 20% 정도밖에 안 된다”며 “남극엔 처음 보는 해양생물이 항상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남극은 여전히 미지의 땅이다.

이제 안 대장은 ‘첫 여성 월동대장’이라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에 발걸음을 내디딘다. 그는 “앞으로 세종기지뿐 아니라 장보고기지도 월동연구를 해야 하는데 여성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여성 중 가장 선배이니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안 대장의 포부는 세종기지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해양생물 연구 기반을 닦아놓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 연구원들도 적극적으로 남극에 가서 월동연구를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또 다른 꿈이라고 밝혔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