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의 터키 국경과 접한 시리아 코바니 점령이 임박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터키가 미국에 공습 확대를 요청했다. 터키 내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코바니 사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는 과격 시위가 이어져 7일(현지시간) 최소 14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
터키 아하베르TV는 얄츤 아크도안 터키 부총리가 미국에 공습 확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아크도안 부총리는 "우리 정부와 관계기관은 미국 관리들에게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습을 즉각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등은 8일 IS가 코바니에 공격을 재개해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IS는 전날 미국 주도 공습과 쿠르드 민병대의 반격에 밀려 코바니 외곽으로 물러났다. 쿠르드족 기자 무스타파 에브니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바니 남동쪽 마크탈라 거리가 IS 대원들의 시체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하지만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코바니는 함락 직전"이라고 경고하는 등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기 위해서는 국제동맹군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의 전복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AP통신은 "IS의 코바니 공격이 시리아 내전을 터키의 문 앞까지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간 터키는 자국 접경인 코바니가 위협받고 있음에도 국경 경비만 강화하는 등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해 왔다.
쿠르드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터키 동부에서는 코바니 사태를 방관하는 터키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차량을 불태우고 상점을 파괴하는 등 시위가 과격해지자 경찰이 실탄과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섰다. 쿠르드족 최대 도시인 남동부 디야르바크르에서만 최소 8명이 사망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6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에 터키 정부는 남동부 마르딘주의 시리아 접경 지역에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IS발(發) 태풍이 시리아와 이라크를 넘어 터키까지 육박한 가운데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사태로 인해 이라크에서만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는 175만여명이 난민 신세가 됐다고 발표했다.
각국이 자국민들의 IS 동참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날 IS 가담을 계획한 혐의로 체포된 일본 대학생의 범행동기가 '취직이 잘 안 돼서'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사히신문은 홋카이도대학을 휴학 중인 이 남성이 경시청 공안부 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8일 보도하면서 구직 실패와 고립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코바니 점령 임박… 터키, 미국에 IS 공습 확대 요청
입력 2014-10-0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