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시인’ 김남주(사진·1946∼1994)가 옥중에서 쓴 시가 공개됐다. 후배 시인인 고형렬은 최근 펴낸 자전적 에세이 ‘등대와 뿔’(도서출판b)에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은박지에 눌러 쓴 시 ‘단식’과 ‘일제히 거울을 보기 시작한다’를 소개했다.
고 시인은 8일 “남주 형이 죽기 몇 달 전에 제가 일하고 있던 출판사 사무실에 놀러 왔는데 그때 제게 준 것”이라면서 “20년 동안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가 20주기인 올해 세상에 처음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편지봉투만한 크기의 은박지에 시가 꽉 차 있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다”면서 “칫솔을 부러뜨려 한쪽을 갈아서 날카롭게 만든 뒤 은박지에 눌러 쓴 것 같다”고 추정했다. 시는 은박지에 쓰였지만 글씨가 반듯반듯하고 띄어쓰기가 정확했다.
“단식이 시작되었다/ 겨울에서 솜옷을 빼갔기 때문이다/ 얼음장 같은 바닥 위 등짝 밑에서/ 담요를 빼갔기 때문이다/ 주먹밥이 작아지더니/ 주먹밥에 박힌 콩알 수가 적어지더니/ 한 주에 한번씩 나오던 엄지발가락만한/ 돼지고기가 안나왔기 때문이다”(‘단식’ 중)
민주화운동가이기도 했던 김남주 시인은 뜨거운 저항정신으로 한국 문단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저항 시인’ 김남주 은박지에 쓴 옥중 시 공개
입력 2014-10-09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