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치르면서 호언장담했던 무상복지 정책들이 재정 한계에 부닥쳐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내년에는 만 3∼5세(누리과정) 아동의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지 못하겠다며 두 손을 들었다. 내년 누리과정 예산 3조9284억원 중 유치원은 교육청 소관이니까 지원하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기 때문에 2조1429억원의 보육료 예산 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에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이 기초연금을 전액 국비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 선언을 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복지비용 부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교육청 간 갈등은 예고된 바다. 돈 나올 곳은 뻔한데 표심을 잡자고 무상복지 정책을 남발했으니 빚 청구서가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느라 진 빚이 3조원에 달하는데 내년에는 보육료를 전액 부담하게 생겼으니 교육감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확대로 고소득층 자녀들까지 혜택을 받으면서 정작 노후된 학교 시설이나 화장실 개보수를 못하고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중앙정부도 화수분이 아니다. 부채가 500조원에 달해 지원할 형편이 못 되고 경기 침체로 세금도 안 걷히고 있으니 비어가는 나라 곳간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이다.
국고 지원 비율을 늘린다고 한들 그것도 임시방편일뿐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둘 중 한 가지다. 복지 구조조정을 하거나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길이다. 한번 시행된 복지 정책은 수혜계층의 반발 때문에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남발된 복지 정책들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것인지, 아니면 세금을 더 걷을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과도한 복지 혜택으로 활기를 잃었던 영국이 고소득층에 대한 아동수당 삭감 등 ‘일하는 복지’로 전환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사설] 빚 청구서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무상복지
입력 2014-10-09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