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팝 시장은 두 곡으로 정리된다. 상반기가 ‘렛잇고’였다면 하반기는 ‘로스트 스타즈’였다. 렛잇고는 팝 음악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음원 차트에서 종합 순위 1위에 오르며 이변을 연출했고 로스트 스타즈도 2위까지 올랐다.
두 곡의 공통점은 모두 영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라는 점이다. 렛잇고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로스트 스타즈는 영화 ‘비긴 어게인’에 삽입됐다.
7일 음반 업계에 따르면 두 곡의 성공은 모두 우리나라만의 OST 흥행 포인트를 따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첫 번째 성공 포인트는 슬로 템포다. 렛잇고와 로스트 스타즈는 각각 뮤지컬과 포크로 장르는 다르지만 슬로 템포였다. 국내 OST 여왕이라 불리는 백지영과 백지영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소녀시대 태연이 부른 노래도 모두 슬로템포의 애절한 발라드 곡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극 중 비장한 장면이나 클라이맥스 부분에 깔리는 음악들은 대부분 슬로 템포”라며 “가장 인상 깊은 장면에서 곡이 느리게 흐르다 보니 관객들이 더 많이 기억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사랑받았다는 점이다. 남성 취향의 액션이나 SF 장르보다 로맨틱 코미디 등 여성 취향의 영화에 삽입된 노래가 더 흥행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나온 영화 보디가드의 ‘I Will Always Love You’, 타이타닉의 ‘My Heart Will Go On’부터 2000년대 러브액츄얼리의 ‘All You Need Is Love’, 원스의 ‘Falling slowly’ 등은 세드 엔딩이건 해피 엔딩이건 모두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로맨틱 드라마의 귀재인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만든 러브액츄얼리와 어바웃타임즈는 경쾌한 감성으로 여성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OST도 성공했다.
비긴어게인과 겨울왕국은 사랑이 주된 소재는 아니었지만 여자 주인공들이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여성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영화처럼 노래가 극을 이끌어 갈 경우 성공 가능성은 더 컸다. 음반 관계자는 “뮤지컬 영화 속 노래는 대사를 대신해 극을 이끌어 간다”면서 “음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뮤지컬 영화 속 노래는 노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맘마미아의 경우 모녀가 함께 본다는 마케팅까지 더해져 영화와 OST 모두 성공했다. 레미제라블도 디지털과 음반 판매액을 합산한 것이 10억원에 달했다. 비긴어게인도 뮤지컬 영화는 아니었지만 음악이 이야기를 끌어갔다.
음악의 힘으로 관객을 동원하는 경우도 생겼다. 비긴 어게인은 한국이 북미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존 카니 감독이 만든 비긴 어게인과 원스가 유독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데는 음악의 힘이 컸다”고 분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기획] ‘슬로템포·여성취향’ 영화음악의 성공 방정식
입력 2014-10-09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