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자만 골라 고의로 사고를 낸 뒤 수억원대의 금품을 갈취한 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음주 운전자를 골라 일부러 사고를 낸 뒤 합의금과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공동 공갈 등)로 김모(31)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최모(30)씨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2년 10월 17일 오전 5시50분쯤 구미시 진평동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던 대기업 회사원 K씨의 차를 뒤따라가 고의로 충돌한 뒤 합의금 1300만원을 뜯은 혐의다.
이들은 2010년 4월부터 올 7월까지 70회에 걸쳐 구미지역에서 음주 운전자를 대상으로 사고를 일으킨 뒤 합의금 1억9000만원과 보험금 1억1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구미시 인동동, 옥계동 등 유흥가를 무대로 심야 시간에 2∼3명씩 짝을 이룬 이들은 물색조와 사고 유발조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대의 차량을 이용해 갑자기 피해 차량의 차선 변경을 유도한 뒤 충돌하거나 교차로 좌회전에서 고의로 충돌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후 음주 운전자를 현장에 붙잡아 놓고 가족을 찾아가 음주운전 사실을 신고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했다. 또 사고를 낸 뒤 도주하면 추격해 폭행하고 뺑소니로 신고했다.
이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후배를 새로운 공범으로 가담시키는 수법으로 수년간 범행을 이어왔다.
김모(33)씨 등 2명의 회사원은 이들과 짜고서 직장 동료의 음주사실을 알려 사고를 일으킨 뒤 중재자로 나서 금품을 뜯어냈다. 이들은 합의금으로 300만원씩 받아서 다른 공범과 나눠 가졌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북경찰청 이승목 광역수사대장은 “이들은 경미한 피해에도 많은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중고 고급 외제차를 구입해 범죄에 이용했고 문신을 보이며 위협하거나 피해자를 폭행하기도 했다”며 “현장에서 현금 거래가 많은 점으로 미뤄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조폭 사냥감 된 음주운전자… 고의 사고 3억 챙겨
입력 2014-10-09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