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시인이 말년을 보낸 서울 성북구 ‘심우장’에서 ‘님의 침묵’을 읊으며 올 가을 여유있게 사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시는 8일 시민들이 복잡한 도시 속에서 자동차 소음 등 인공의 소리가 적고 경관이 아름다워 조용히 휴식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서울, 사색의 공간’ 87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지도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자치구와 테마별로 사색의 공간을 소개했다. 87개소는 시간의 켜와 만나는 사색, 물가의 사색, 숲길을 거니는 사색, 내려다보는 사색, 일상에서 만나는 사색 등 7가지 테마로 구분돼 있어 시민들이 각자 원하는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색의 공간에는 각 장소에 담긴 이야기를 짤막하게 소개하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중랑구 ‘아토피 치유의 숲’은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한 그루씩 심으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숲이다. 침엽수가 발산하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이 숲에서 도시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동작구 ‘서달산 자락길’은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도 산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목재 데크로 조성돼 있다. 관악구 ‘관악산 무장애숲길’도 숲속 사이로 낮은 경사의 산책길이 만들어져 있고 점자 안내판 및 휠체어 충전소가 설치돼 몸이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멀리 가지 않더라도 도심속 사색의 공간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며 “내년에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간직하고 있는 숨은 사색 명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한용운이 앉았던 ‘심우장’ 툇마루서 가을 사색을… 서울시 ‘사색의 공간’ 87곳 선정
입력 2014-10-09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