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악재’ 견딘 코스피, 바닥 찍었나

입력 2014-10-09 02:03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따라 8일 코스피지수도 하락 출발하리라는 건 모든 자본시장 참가자가 짐작하던 바였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전날 국정감사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대 중반으로 수정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모든 경기둔화 지표들이 예고된 악재에 가깝다며 1960선의 ‘지지력’을 기대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9시 개장 때부터 15.01포인트(0.76%) 내린 1957.90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세가 예상보다 거셌다. 금융투자업계는 IMF가 유독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내려잡은 점이 투자심리를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IMF는 6개월 안에 유로존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8%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유럽 1위 경제국 독일의 산업생산이 5년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소식도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겼다. 독일의 8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4% 급감, 전월치(1.9% 증가)와 예상치(1.4% 감소)를 크게 하회했다. 신영증권 김재홍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강도와 구체성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당분간 유로존 경기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코스피지수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로 오전 한때 반등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1960선을 향해 미끄러졌다. 이 와중에 한국 증시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최근 1년 신저가 기록을 갈아 치우며 추락했다. 삼성전자는 3만2000원(2.75%) 빠진 113만원으로 마감했다. 158만4000원까지 상승했던 지난해 1월 초와 비교하면 40% 넘게 하락한 수치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스마트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바닥론’을 이긴 까닭이다. 동부증권 유의형 연구원은 “최근 2년간 4분기 실적을 견인해 온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이번 4분기에는 대화면 아이폰의 출시 영향에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엠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구모델 정리 비용과 판매부진, 가격경쟁 심화 등으로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래도 주가가 110만원 근처까지 떨어지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장중 17만6000원까지 하락하며 최근 1년 신저가를 다시 썼다. 이날 유진투자증권 장문수 연구원은 “당초 예상보다 신차효과가 부진하다”며 현대차의 1년 뒤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6만원으로 크게 낮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