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재키 테라슨 한국 공연…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영감을 주고 싶다”

입력 2014-10-09 02:57

“한국사람들의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 제 음악적 에너지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7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로 클럽 옥타곤. 화려한 사운드의 전자음악으로 시끌벅적해야 할 클럽에 재즈 선율이 흘러나왔다.

이날 자신의 정규 앨범인 ‘과슈(Gouache)’를 한국에 선보인 재즈 피아니스트 재키 테라슨(48·사진)의 무대였다. 6년간 같이한 베이시스트 버니스 얼 트래비스 2세, 1년 전부터 함께 공연을 하고 있는 드러머 저스틴 포크너가 함께했다.

테라슨은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와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가 함께 진행한 공연 시리즈의 첫 무대를 과슈 수록곡들로 장식했다.

앨범 타이틀인 과슈는 고무를 수채화 그림물감에 섞어 불투명 효과를 내는 회화 기법인 ‘고무수채화’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자신의 음악적 색채를 앨범이라는 캔버스 위에 뚜렷하게 표현해내겠다는 뜻이다. 앨범에는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과슈’, ‘마더(Mother)’ 등 자작곡 4곡 외에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Baby)’,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리햅(Rehab)’, 존 레넌의 ‘오 마이 러브(Oh My Love)’ 등 팝과 샹송 ‘세시봉(C’est Si Bon)’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요즘 재즈는 특정 양식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요소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에릭 사티의 왈츠곡부터 비버의 팝까지 다양한 음악을 넣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베이비의 경우 초반 약 1분15초는 원곡보다 리듬의 속도를 끌어올려 질주하듯 연주한다. 이후 키보드와 드럼, 베이스로 협연하면서 분위기를 바꾼다.

미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테라슨은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버클리 음대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1993년 재즈 아티스트들의 최고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델로니어스몽크컴페티션에서 우승한 뒤 재즈 쪽으로 전향했다. 이후 최고의 여성 재즈 싱어로 꼽히는 베티 카터, 베를린필하모닉 수석 플루티스트 에마누엘 파후드 등 거장과의 협연으로 기량을 뽐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그를 ‘향후 30년 이내에 미국의 문화를 바꿔놓을 30인’ 중 한 사람으로 꼽기도 했다.

“과분한 평가죠. 제가 바라는 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세상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바람을 전했다.

“사람들이 텔레비전만 보지 말고 라이브 음악을 듣기 위해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에게 저는 제 음악을 통해 사랑과 기쁨, 희망이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