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號 띠동갑 이동국·김승대 “공격, 우리가 책임진다”

입력 2014-10-09 02:02
긴 여정의 돛을 올린 ‘슈틸리케호’에서 누구보다 단단히 축구화 끈을 동여맨 두 선수가 있다. ‘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 현대)과 ‘이광종호의 에이스’ 김승대(23·포항 스틸러스)가 그들이다. 띠동갑인 두 공격수는 파라과이전(10일)과 코스타리카전(14일)에서 한국의 공격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을 임무를 맡았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은 이동국을 발탁한 배경에 대해 “(이동국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인 시절 황선홍(46·포항 감독)의 뒤를 이을 대형 스트라이커로 주목받은 이동국은 1998년 5월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34분 황선홍과 교체되면서 처음으로 국가 대표팀 경기에 데뷔했다. 이후 101번의 A매치를 치르며 현역 최다인 32골을 기록 중이다.

2002 한·일월드컵 때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동국은 2006년 4월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어 독일월드컵에도 나서지 못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 한국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으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끝내 홍명보(45)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기회를 기다리던 이동국은 지난 9월초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통산 자신의 A매치 100번째 출전과 함께 두 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26·울산 현대)과 박주영(29·알샤밥)이 부상과 공백기로 슈틸리케호 1기 명단에서 제외돼 이동국의 책임감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김승대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에 출전했고,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3골을 쓸어 담았다. 특히 공격 전술에 허점을 보인 조별리그 3경기에서 잇따라 소중한 골을 넣어 대표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날카로운 패스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문전 침투로 한국의 공격을 이끈 김승대는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받기에 충분했다. 김승대가 성인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의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첫 훈련을 앞두고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것은 전술의 유연성”이라고 강조했다. 최전방 공격수와 섀도 스트라이커, 측면 공격수 자리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인 김승대는 주전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8골 6도움으로 공격포인트 공동 3위에 올라 있는 김승대가 A매치 데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차세대 공격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어떤 포메이션을 들고 나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이동국과 김승대가 최전방 투톱으로 함께 나선다면 이들이 어떻게 신구조화를 이뤄 한국축구의 고질병인 골 결정력을 해결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