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침땐 핵사용’ 한·미 협의했다

입력 2014-10-09 02:33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이 2011년 10월 현직 장관으로 방한했을 때 한반도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패네타 전 장관은 7일(현지시간) 펴낸 회고록 ‘값진 전투들(Worthy Fights)’에서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관저 만찬 등 한국 고위 당국자들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 측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논의했다면서 “북한이 침략한다면 남한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리의 오랜 공약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패네타 전 장관은 2010년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 침략에 따른 비상계획을 보고하면서 “만일 북한이 남침한다면 우리의 전쟁계획은 미군 사령관이 한국과 미국의 모든 병력에 대한 명령권을 갖고 한국을 방어하도록 돼 있으며, 필요할 경우 핵무기 사용도 포함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 본토에 미사일 공격 등 적국의 위협 시나리오를 설명한 뒤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이 위협을 감행할 잠재적 국가들이지만 특히 북한이 가장 우려된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문제가 많고 위험한 국가”라며 “우리가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북한의 잠재적 위협을 예측하는 데 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패네타 전 장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정권 승계에 대해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을 잃었을 때 우리는 누가 김정일 사후의 통치권을 쥘 것인지 몹시 알고 싶어했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북한 정권 내부 상황에 대한 우리의 정보력은 약했고 피상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2010년 아들의 후계구도를 만들어가려는 신호를 보였을 때 우리는 매우 놀랐다”고 술회했다.

그는 2011년 10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예방했을 때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역내 우방들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미국에도 위협이 된다고 하자 시 부주석도 한숨 비슷한 것을 쉬면서 북한이 중국에도 골칫거리라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