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인질 참수 동영상은 전 세계인을 경악시키고 있다. 문명에 대한 도전인 잔인한 행위에 대해 과거 이라크에서 참수된 우리 국민의 사례를 떠올리며 많은 국민들도 안타까워했다.
국제사회를 더욱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화면 속 검은 복면의 테러리스트가 영국 국적자란 사실이었다. 국제사회는 이처럼 자신의 출신국을 떠나 테러리스트 그룹의 전투원으로 참여하는 ‘외국인 테러 전투원’이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긴장하는 이유는 이들이 전장에서 체득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테러를 자국이나 제삼국 등 전 세계 어디에서도 감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80여개국 1만5000여명의 외국인 테러 전투원이 활동 중이라고 한다. 유럽 등 서방 출신이 3000여명에 달하며, 중국과 필리핀 출신까지 거론되는 등 이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이슈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 5월 벨기에 유대인 박물관에 총격 테러를 가해 4명을 숨지게 한 가해자 중에 외국인 전투원 출신이 있으며, IS에 참가한 튀니지 출신 대원의 노트북에서는 생물무기 제조에 관한 자료가 발견되기도 했다. 대량살상(WMD) 테러 공격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불길한 징후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도 기민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유엔은 안보리 정상회의를 개최해 외국인 전투원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이 회의에 박근혜 대통령 등 안보리 이사국 주요 정상들이 거의 다 참석한 것만 보아도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정상들은 안보리 결의 2178호를 채택했으며, 이 결의안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역대 최대인 104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국제사회가 단합된 목소리로 국경 통제와 정보 공유를 강화해 외국인 전투원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촉구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유엔의 대테러센터 등 창의적이고 포괄적인 전략 이행의 중요성과 함께 각국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테러를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 출신 테러 전투원이 5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알리고, 영국인 국제봉사단원이 같은 영국인 테러 전투원에 의해 살해된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단합과 협력을 호소했다.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처음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적극 지지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저개발국 대상 유·무상 공여 및 인도적 지원 노력을 소개하면서 문제의 근원적 처방을 제시했다. 아울러 2013년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와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테러리스트들의 사이버 공간 악용 방지와 핵 테러 가능성에 대한 대응 필요성 등 구체적인 제안으로 참가 정상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
현대사회에서 테러에 국경은 없다. 많은 국민들이 세계 분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도 극단주의 테러 세력이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재외국민, 해외진출 기업, 여행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출입국 통제 시스템 강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다. 사회적으로는 온라인을 통한 극단주의 유입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문명사회를 파괴하는 반인륜적인 테러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도록 교육·종교기관을 포함해 우리 사회 전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소외, 실업, 빈곤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극단주의의 자양분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대테러 대응은 평화 유지와 기본적 인권 존중이라는 국제사회 공통가치를 위한 싸움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번 안보리 정상회의의 결의에 따른 유엔과 국제사회의 노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 나갈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시사풍향계-윤병세] 외국인 테러 전투원을 어쩔 것인가
입력 2014-10-09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