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와 신앙고백이 같은 형제 교단끼리 통합 실현돼야”

입력 2014-10-09 02:20
장종현 예장백석 총회장은 “머지않아 자타가 공인하는 건강한 신학, 신뢰받는 교단으로 하나 되지 않으면 목회하기 어려운 때가 온다”며 “교리와 신학 전통이 같은 교단은 하루빨리 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9월 열린 각 장로교단의 총회에서 나온 최대 이슈는 예장백석과 예장대신의 교단 통합이었다. 두 교단의 통합 결의는 갈등과 분열로 상처입고 침체된 한국교회에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보여줬다. 오는 11월 25일 통합총회를 갖는 두 교단의 통합에 산파역을 한 예장백석 장종현 총회장을 지난 6일 백석대 설립자실에서 만나 통합의 의미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대담=이승한 종교국장>

-예장백석과 대신의 통합은 분열로 상처 입은 한국교회에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두 교단의 통합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전 대한신학교 출신입니다. 제 신학의 뿌리가 대신에 속해 있습니다. 대신총회를 설립한 김치선 목사님의 ‘한우물파기운동’을 보며 자랐고, 방방곡곡 복음을 전하러 다니신 부흥 목사님들을 통해 저 또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신의 신학적 기초를 놓은 최순직 김준삼 조석만 목사님 또한 존경하는 저의 은사님이십니다. 그분들이 있어 개혁주의 신학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개인적으로는 대신과의 통합을 강하게 열망했고, 갈라진 형제가 다시 만나듯 아주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통합을 추진했습니다. 이제 완전한 통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분열은 쉬워도 연합하기는 어려운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서 대신과의 통합은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같은 신학, 같은 교리를 가진 교단이 하나가 될 때 ‘복음전파’의 사명은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대신과 통합하면서 교단 명칭을 양보했습니다.

“우리 총회는 대신에서 9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한다면 교단 명칭을 ‘대신’으로 바꾸겠다고 결의했습니다. 90%라는 단서조항을 단 것은 대신총회 내에 분열과 상처 없이 모두 기쁜 마음으로 통합에 찬성해 달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통합이 누구에게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총회 목사님들은 ‘백석’이라는 이름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대신과 통합하게 되면 교단 이름을 ‘대신’으로 바꾸겠다고 하니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버리면 목숨을 잃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려놓아야 생명을 얻습니다. 이미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 곧 생명이 되는 놀라운 역사를 목격했습니다.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살고, 내 교단이 죽어야 한국교회가 살아납니다. 버리고 죽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면 하나님은 더 큰 복을 부어주십니다. 이런 마음으로 총대들을 설득했습니다. 교단 명칭 전통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조차 하나님 앞에서는 배설물처럼 버릴 수 있어야 연합이 이뤄집니다. 기득권, 욕심, 명예 등 사람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들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연합이 완성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교단 통합에 힘써오셨습니다. 특별히 ‘연합’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한국교회의 미래를 내다본 결단이었습니다. 2030년이면 기독교 성도 수가 3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번 교단 총회에서도 확인됐지만 교회와 목회자는 늘어나는데 기독교인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미 고학력층인 성도들은 교회와 목회자를 선택할 때 신학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척도로 삼고 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건강한 신학, 신뢰받는 교단으로 하나 되지 않으면 목회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는 신학적 전통이 같은 교단들은 하루빨리 연합해야 합니다. 장로교는 장로교 안에서의 통합이 필요하고 감리교, 성결교, 오순절 또한 형제교단끼리의 통합이 일어나야 합니다.”

-통합을 양 교단이 만장일치로 결의했지만 대신총회 내부에서는 아직도 갈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11월 25일 통합총회가 원만히 치러질 수 있을까요?

“교단 통합은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합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복음’ 안에서 접근하면 금세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큰 틀에서 합의를 존중하고 세부적인 것들은 서로 기도하고 대화하면서 해답을 찾아나간다면 은혜롭게 통합이 마무리될 줄로 믿습니다. 저는 기도하면서 11월 통합총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순종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앞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번 총회에서 교단 내적으로 깜짝 놀랄 만한 결의도 있었습니다. 선거법의 획기적인 개정과 함께 임원과 실행위원 등 교단 지도부가 일체의 회의비를 받지 않고 자비량 봉사하기로 결정하셨죠?

“한국교회가 뭇매를 맞는 이유 중 하나가 금권, 불법선거 논란입니다. ‘밥 한끼 정도야 뭐 어떠냐?’는 작은 생각이 큰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우리 총회는 아예 법을 고쳤습니다. 봄 노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도록 해서 6개월 이상을 선거운동에 힘을 쏟게 하는 잘못된 제도부터 바꿨습니다. 입후보자는 총회 한 달 전에만 추천을 할 수 있고, 선거운동도 보름만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부정선거에 대한 징계조항도 강화했습니다. 임원과 실행위원 등 각 상비부원들의 회의비와 심의비도 지급 중지를 결정했습니다. 성도들에게 헌신을 요구하는 목사들이 자신들은 총회를 섬기는데 있어서 대가를 바라면 되겠습니까?”

-총회관 건립과 연금제도 시행 등 총회장님께 주어진 과제도 많습니다.

“총회관은 단순히 건물로서의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라 교단의 미래를 상징합니다. 안으로는 목회지원센터의 기능을 감당하고 밖으로는 세계선교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통일을 대비하는 북한선교 구상도 이곳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총회관 건립으로 하드웨어를 완성한 후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연금제도 확충 등 내실을 기하는 일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우리 교단은 앞으로 ‘목회하기 좋은 교단’ ‘건강한 신학교육’ ‘세계를 향한 선교’ 등을 기치로 내걸고 한국교회의 모범된 교단으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교회가 사회적 비난을 받은 지 오래됐지만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복음에서 정답을 찾지 않기 때문이죠. 교회 안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도하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가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성경 속에서 찾아야 하는데 지금 한국교회는 세상의 기준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세상적인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인본주의의 전형이자 세속적 가치가 교회 깊숙이 들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모든 답은 성경에 있습니다. 세상의 도덕과 윤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성경 속에서 답을 찾아낸다면 교회가 나아갈 길이 명확히 보일 겁니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바뀌고 한교연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연합기관의 회복에 장 총회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교계에서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교연 대표회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전혀 아닙니다. 전 교단 총회장만으로 족합니다. 복음주의 연합기관의 분열은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하루빨리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단 문제 등 걸림돌이 아직 남아 있지만 그 또한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해야겠지요. 교회가 분열할 때 악한 무리들은 기뻐하고 하나님은 아파하십니다. 에베소교회를 봅시다. 이단으로부터 교회를 지킨다던 교회가 서로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바울 선생은 ‘첫 사랑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교리와 신학을 앞세우다가 그만 예수님의 사랑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연합기관의 갈등과 분열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정작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실까’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자신의 명분과 체면을 지키기에 바빴습니다. 모든 사람이 주님의 화평함과 거룩함을 따르지 않으면 주님을 볼 수 없다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연합에 한걸음씩 다가가길 바랍니다.”

-한국교회는 올해 선교 13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독교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한국교회 안에 회개와 용서가 넘치길 소망합니다. 1907년 평양대부흥은 ‘회개와 용서’의 현장이었습니다. 장대현교회에 모인 성도들은 아주 작은 죄까지 낱낱이 고백하며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습니다. 참된 용서를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나를 지배하는 믿음의 실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곧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자기를 버리고 자기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다시 십자가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를 죽이고 내 자아를 내려놓을 때 성령께서 함께하십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시죠.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면 나 자신을 다 내려놓는 믿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세상과 하나님, 두 마음을 품을 수 없습니다.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않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는 것을 믿는 믿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굳건한 믿음생활로 다원주의 시대에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숱한 역경들을 이겨내고 십자가 승리의 큰 상을 받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